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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반등의 삼성전자와 귀족노조 꼬리표

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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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열린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장은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기술 리더십 회복 소식이 전해지자 주주들은 경영진을 향해 "고맙다", "수고했다"는 이례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주가 반등과 배당 확대라는 가시적 성과는 수많은 개인투자자에게 단순한 평가이익을 넘어, 다시 삼성전자를 믿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마저 안겼다.

이번 성과의 이면에는 분명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의 노고도 뒷받침됐다. 메모리 시장 1위 탈환, HBM4 세계 최초 양산 출하 등에는 생산 현장과 연구개발 현장에서 꾸준히 버텨낸 임직원들의 축적된 노력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구호 외치는 삼성그룹노조연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30 yatoya@yna.co.kr

다만 최근 노조의 교섭 중단과 파업 예고 소식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어렵게 되찾은 반등의 흐름이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실적 개선의 온기가 번지기 시작한 시점에 노사가 정면충돌로 치닫는다면, 회복의 서사를 이어가야 할 회사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체계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을 제도적으로 폐지해달라는 입장이다. 일회성 보상이 아닌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회사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재원 확대와 특별포상을 통해 사실상 상한을 넘는 보상을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사주 지급 등 보상방식의 다양화도 포함됐다. 결국 '제도 개편'과 '실질 보상 확대'라는 서로 다른 접근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 차이가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부 간 실적 편차가 큰 구조에서 성과급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특정 조직은 유리해지고, 다른 조직은 불리해질 수 있다. 노조안이 현실화할 경우 일부 사업부의 보상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는 12일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6세대 제품 HBM4의 양산 출하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HBM4 제품이 양산 출하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특히 이번 노조의 움직임은 사회적 시선이라는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과거 무노조 경영 논란 속에서 형성됐던 동정과 공감의 여론이, 자칫 지금은 집단이익을 앞세운다는 비판으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권리 주장의 정당성과 별개로, 시점과 방식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인상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가 물류·생산 효율화를 위해 로봇시스템 '아틀라스'를 공장에 도입하겠다고 선언하자, 노조는 곧바로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러나 여론은 곧바로 싸늘하게 돌아섰다. "변화를 거부하는 집단",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고도 혁신을 막는다"는 비판이 확산하며 '귀족노조' 프레임이 재소환됐다.

지금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단순한 개별기업 차원의 노사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산업 지형변화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곧 국가 산업의 위상과도 연결된다. 여기에 수많은 개인 주주의 기대까지 얹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첫 대규모 결집이 정당한 권리 찾기로 읽히지 않고, 혁신의 발목을 잡는 장면으로 비친다면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귀족노조' 프레임까지 덧씌워지면 여론은 악화되고 협상의 동력도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상한 폐지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일정 성과 기준을 충족할 경우 상한을 완화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 회사 역시 단기적 특별보상에 그치지 않고 성과급 산정 기준과 재원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제시해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충돌의 명분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어렵게 되살린 상승 흐름을 어떻게 함께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일 것이다. (산업부 차장)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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