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에 육박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후퇴하면서 국내 금융지주들이 금리 급변 시나리오를 반영한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로 미국의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 내부에선 금리 변동성 확대 자체를 리스크 요인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은 최근 시장금리와 환율, 유가 등 대외 변수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해 취약 업종과 익스포저 기업에 대한 조기경보 지표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글로벌 자금 조달 여건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부 금융지주는 기존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를 보완해 시장금리 및 기준금리 경로 변화 가능성까지 반영한 점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는 시장 충격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그룹 위기관리협의회를 중심으로 리스크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으며, 주요 그룹사들도 개별 리스크 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과 익스포저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은 중동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금리 변동에 노출된 자산과 부채 규모의 확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손익과 자본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금리 충격 시나리오를 반영한 금리리스크를 산출해 일별 모니터링과 분석도 실시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전쟁과 유가, 물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금리 수준보다 변동 폭 자체가 더 큰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금리 경로가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계기업이나 차입 부담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현금흐름과 상환 여력, 차환 리스크를 더 자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지주들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대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부동산 관련 업종, 외화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 금리 민감도가 높은 취약 차주군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 차주는 금리 상승 자체에도 취약하지만, 시장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일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환율' 복합 스트레스에 가장 먼저 노출될 수 있는 계층으로 꼽힌다.
금융지주들은 이에 따라 이자보상배율(ICR), 부채비율, 차입 구조, 만기 분포, 업종별 자금 사정 등을 반영한 조기경보 지표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익스포저 관리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최근 환율이 장중 1,520원 선을 넘어서면서 외화 차입 기업이나 수입 원가 부담이 큰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기준금리가 더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예상 밖 충격이 시장금리를 얼마나 빠르게 흔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가와 물가, 금리, 환율이 연쇄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취약 익스포저를 걸러내는 작업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권에도 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와 함께 달러 강세가 재차 강화될 수 있고, 이는 국내 시장금리와 조달비용, 외화 유동성 여건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차주의 이자 부담 지속뿐 아니라 시장금리 급등 시 자산 건전성과 충당금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셈이다.
결국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초점도 금리 인하를 전제로 한 연착륙 관리에서 금리 충격에 대비한 선제 방어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외 변수로 인한 시장금리 급변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융회사들도 취약 부문에 대한 사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당국 역시 금융권의 익스포저 관리와 조기경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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