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성 있는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L자가 들어간 기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그런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LG화학[051910] 주주총회 현장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LG화학의 주가가 직면한 일련의 위기를 정리해준다.
발언자는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털의 제임스 스미스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10대 주주 중 한 곳인 팰리서가 주가를 언급한 것은 LG화학이 직면한 현 주가 수준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373220] 물적분할 이후 이어진 중복상장 구조는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스미스 CIO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가치만으로도 LG화학 시가총액의 3배를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코스피지수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많은 93조4천83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LG화학의 시총은 21조원 수준으로 시총 순위도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LG화학의 주가는 2021년 초 100만원을 웃돌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에는 40만원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 5월에는 18만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30만원대 수준을 회복했으나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줄곧 시장에서 외면받은 것이 사실이다.
[촬영: 윤영숙 기자]
스미스 CIO는 "지분가치만 놓고 봐도 설명이 되지 않는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는 산업 사이클이 아닌 지배구조와 자본배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구조적 요인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곧바로 주주제안으로 이어졌다. 이번 정기주총에 권고적 주주제안과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개정을 제안했다. 추가로 내놓은 세 가지 권고적 주주제안에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내용 등을 포함했다.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자본배분 원칙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특히 저평가 국면에서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가장 직접적인 해법으로 제시됐다. 시장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회사 스스로 주식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강한 표현 때문만은 아니다. 'L자 주식'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은 이미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인식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는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저평가의 고리는 끊기 어렵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현장에서는 주주와의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도 직접적으로 제기됐다.
한 주주는 "IR팀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반문하며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IR팀에 수십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와 소통하라고 만든 조직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 문의해야 하느냐"며 "대표번호로 확인한 연락처로도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주 중심 경영을 강조하면서 정작 공식 소통 창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말과 행동이 다른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단순한 민원을 넘어, 주주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가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기본적인 소통 체계 정비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더라도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부 윤영숙 차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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