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삼일절 무렵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냈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지적 분야 전문용어 31개를 우리말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적공부'는 '토지정보등록부'로, '공유지연명부'는 '공동소유자명부'로, '지적소관청'은 '토지정보관리청'으로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스스로 이를 '100년 만의 변화'라고 불렀다.
31개 용어는 지적·공간정보 전문가와 학계, 국립국어원으로 구성된 국토부 표준화협의회 심의를 거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어심의회 최종 의결도 받았다. 절차를 충실히 밟은 결과물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4일 이 용어들을 행정규칙으로 고시(국토교통부 고시 제2025-89호)하면서 제3조에 명문화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고시된 용어를 소관 법령 제정·개정, 교과서 제작, 공문서 작성 및 국가 주관의 시험 출제 등에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고시 당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었고 현재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다.
1년여가 지난 이달 30일 국토부는 '2026년 지적통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유감스럽게도 자료에는 '토지정보등록부'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지적공부'만 있었다. 1년 전 스스로 일제 잔재라고 규정한 바로 그 용어였다. 고시의 의무 조항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하루 만에 보도자료를 수정해 다시 게재한다고 알려왔다. 해당 부분을 '지적공부(토지정보등록부)'로 바꿨다. 괄호 안에 순화어를 넣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 보도자료 배포 후 "법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병용에 문제가 없다"며 "일반 국민들이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한 지적공부만 썼다"고 설명했다.
고시 제3조 2항에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기존 용어를 병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병용을 허용한 2항보다 순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1항이 앞에 있다. 순서를 뒤집어 병용 허용 조항만 방패로 삼는 것은 고시의 취지에 비춰볼 때 아쉽기 그지없다.
법적 체계 문제도 있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해야 할 주체는 국토부다. 국토부는 지난해 보도자료에서 순화 용어를 '공간정보관리 법상의 용어와 민원 서식, 교과용 도서, 국가기술자격 시험 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직접 밝혔다.
법이 제정이 안 됐으니 예전 용어를 써도 된다는 논리는, 법을 만들지 않은 책임을 스스로 면책하는 것과 같다. 1년 전 '100년 만의 변화'라던 국토부는 이를 다시 괄호 안에 가둬버렸다. (산업부 변명섭 차장)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발췌]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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