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권·고발요청권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
"고발 남용·기업활동 위축 우려…경제형벌 합리화 등으로 대응"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정수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제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첫 발을 뗐으나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전속고발제를 개편하면서도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형벌 합리화, 협조체계 구축 등으로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됐다.
◇ 주병기 위원장, 공정위 전속고발제 개편 카드 '만지작'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정 수 이상 국민(예 300명) 또는 사업자(예 30개)가 고발하면 공정위 고발 없이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고발요청권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50개 중앙행정기관, 17개 광역 및 226개 기초지방정부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고발 남용, 과잉수사,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1980년에 도입됐다.
형벌이 존재하는 공정위 소관법률 13개 중 6개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됐다. 6개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이다.
전속고발제는 그동안 몇 차례 보완과정을 거쳤다. 1996년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행위는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하도록 규정했다. 또 검찰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했다.
2013년에는 감사원, 중기부, 조달청에 공정위 미고발사건을 고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고발 요청 시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했다.
이 같은 보완에도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가 공소시효에 임박해 사건을 고발한 탓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왜 공정거래 사건은 누군가(공정위)가 꼭 고발해야 하고 고발 안 하면 수사도 못 하고 기소도 못 하고 처벌도 못 하고 그게 이상하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 "고발 남용 등 부작용 우려…경제형법 합리화 등 보완해야"
주병기 위원장이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에 시동을 걸었으나 험로가 예상됐다. 고발권과 고발요청권을 확대하면 고발 남용,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탓이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일부 국무위원은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본 취지나 방향은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정 수 이상의 국민 또는 사업자에게 고발권을 부여했을 때 수사 리스크, 고발권 남용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담합, 시장 입찰담합 등 중대한 사안 정도로 제한하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중소·중견기업의 법적대응능력이 미비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업 부담을 거론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은 법무팀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의 법무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소기업 법적대응 능력 등이 미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책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별도의 차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외국 대부분 국가가 공정위 같은 기구에 전속고발권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사건이 단순히 사법 판단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국가 경제정책하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이렇게 해놓고(전속고발제 개편) 혹시 무책임하게 권한 행사해서 일을 망쳤다 소리를 들을까 무섭기는 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를 전면 개편하면서도 경제형벌 합리화와 협조체계 구축 등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병기 위원장은 "형벌 규정을 많이 정리하면 고발권을 확대해도 남용되기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 경제형벌이 해외보다 과도한데 이를 정비하면 경영활동 위축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공정위 행정조사와 수사기관 강제수사 간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게 기관 간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gkim@yna.co.kr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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