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한도에 지배주주 의결권 행사 불가 대법원 판결 본격 적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올해 주주총회(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안건이 부결된 사례가 잇따랐다. 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한도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정기주총에 본격 적용되면서 기업의 '셀프 보수' 관행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번 주총에 파장을 일으킨 이른바 '남양유업 판례'는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가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2023년 주주제안을 통해 남양유업 감사로 선임된 심 변호사는 홍원식 전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문제 삼아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사인 주주는 자신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 상법 제368조 제3항의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 최종 확정했다. 과거에는 형식적 안건으로 지배주주의 표를 얹어 무난히 통과하던 이사 보수한도가 소수주주의 손에 사실상 결정권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판례가 실전 적용된 첫 부결 사례는 월덱스 주총에서 나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월덱스 정기주총에서 이사보수규정 제정안은 찬성 30.8%, 반대 69.2%로 최종 부결됐다.
앞서 월덱스는 주총 소집공고 시 이사 해임 시 평균 연보수의 20배를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조항과 보수한도 100억원 상향을 시도했으나, VIP자산운용의 항의로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한도를 80억원으로 낮췄다. 그마저도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월덱스 외에도 이사 보수한도가 잇따라 부결됐다.
스타플렉스는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가운데 77.5%가 찬성했지만, 특별관계인 374만주의 의결권이 제외되면서 발행주식 기준 찬성률이 3.4%에 그쳤다. 하이즈항공도 행사주식 기준 78.5%가 찬성했으나 발행주식 기준 23.6%로 가결 요건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25%)을 넘지 못했다. 지배주주 의결권이 빠지면서 정족수가 무너진 것이다. 판례 적용 이전이었다면 무난히 통과했을 안건이다.
월덱스(행사주식 기준 찬성 30.8%), 코메론(28.3%), 슈피겐코리아(38.3%), 알로이스(41.1%) 등은 정족수는 채웠지만, 일반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면서 득표율에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정관에 보수한도를 명시하는 우회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
정관에 금액을 고정하면 변경 시에만 특별결의가 필요할 뿐, 평소에는 주총 안건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태성은 정관 제37조를 개정해 이사 보수한도를 연간 30억원으로 명시하는 데 성공했다. 행사주식 기준 92.2%의 찬성을 얻어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반면 RFHIC는 같은 전략이 좌절됐다. 이사 보수한도를 정관에 넣는 안건이 행사주식 기준 60.5% 찬성에 그쳐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 2를 넘기지 못했다. RFHIC는 대안으로 개별 이사 보수한도를 보통결의로 분리 상정해 각각 통과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보수한도가 부결된 기업들은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근거가 사라졌다. 이미 지급된 올해 1~2월분 급여를 포함해 보수한도가 '0원'이 되면서 조속히 임시주총을 개최해 재의결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가결 요건(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채우기 위해 기업들이 일반 주주들을 상대로 주총 참여와 찬성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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