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표 대결 전 투자자·경영진 합의 도출 사례 여럿
[출처: 토비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주도한 표 대결이 여러 건 펼쳐졌지만, 이들이라고 해서 회사와의 갈등이 외부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공개 캠페인 없이 대화를 통해 변화를 끌어내는 편을 선호한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행동주의 투자자와 경영진 간 합의를 통해 양측이 상생의 발걸음을 뗀 사례가 다수 관찰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니터·디스플레이 제조사 토비스[051360]는 지난달 31일 개최한 주총에서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을 사외이사(독립이사)로 선임했다. 대주주까지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찬성률 99.9%를 기록했다.
이 의안이 관심을 끈 것은 차파트너스가 4년 전 토비스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하며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본부장은 당시 캠페인을 전면에서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런 김 본부장을 이번에 토비스 이사회가 사외이사 후보로 먼저 추천했고, 실제 선임으로 이어졌다.
앞서 토비스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직접 투영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하자는 것이 이번 선택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올해 다수의 캠페인을 전개한 국내 최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전자부품·전자가격표시기(ESL) 제조사 솔루엠[248070]을 상대로 2월 이사와 감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가 3월 전성호 대표이사와 합의하며 이를 철회했다.
전 대표 측과 여러 차례 비공개로 만났다는 얼라인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거버넌스 선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며 약속한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면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얼라인이 당초 주주제안했던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 정관 개정과 사외이사 2인 선임 등 의안은 대주주의 지지를 확보하며 수월하게 통과됐다.
또 달튼인베스트먼트는 플랜트용 배관자재 업체 태광[023160]과 비공개 대화를 통해 전향적인 주주환원정책 발표를 유도했다. 태광은 기존에 2024~2026년 3년간 연도별 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했지만, 달튼의 추가 환원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추가 환원을 단행하고 주주환원율을 45%로 상향 조정한 2027~2029년 주주환원정책을 선제적으로 공시했다.
이 밖에 KCC[002380]에 비핵심 투자자산 유동화와 자사주 전량 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요구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주총 10일 전 사측과 합의를 발표하며 정면 대결을 피했다.
이처럼 전면적인 주총 표 대결 전에 갈등을 가라앉히는 것이 회사는 물론이고 행동주의 펀드도 바라는 바다. 회사는 각종 부정적인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어 좋고, 행동주의 펀드는 법률 자문이나 의결권 위임장 확보 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아울러 행동주의 펀드는 일반적으로 회사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열세다. 여기에 더해 회사가 캠페인 대응에 사내 자원을 동원하면 주주이기도 한 행동주의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이 자신을 막아내는 데 쓰이는 아이러니한 구도에 처하게 된다.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비공개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표 대결보다 많지만, 한국은 아직 아닌 것 같다"며 "입법이 계속되고 좋은 사례들이 쌓이면 기업들의 태도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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