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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환율 급등을 보는 시각

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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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외국인의 증권자금 이탈이 심상찮다.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무려 70조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단기간에 급등한 상황에서, 중동전쟁 확전 우려 등이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그 여파가 서울외환시장으로 번져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여기저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과거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적은 이른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그랬던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으니 위기감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근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와 무관치 않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넥스트레이드 합산)에서 지난 3월에만 무려 40조원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지난 2월에도 26조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1월 순매도 4조원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7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처분했다. 국내 주식이 단기간 급등한 탓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매도가 불가피했던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까지 불거진 탓이다.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 및 순매수 추이

그러나 국내외 주변 여건을 보면 과거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었던 두 차례의 위기 국면과 지금의 상황은 다른 점이 적지 않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는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 등 원화 자산들을 일제히 처분했다면, 지금도 원화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3월까지 채권시장에서 25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채권 만기분을 감안해도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액은 3월 말 현재 340조원으로 작년 말 338조원보다 소폭 늘었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계 외화표시채권(KP, Korean Paper) 가격이나 외화부채, 외화유동성 사정 등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점도 과거 위기 국면과는 차별적인 모양새다.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달 발행한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에 16bp 수준이라는 낮은 가산금리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5년물 외평채는 12bp 수준이라는 역대 최저치 가산금리로 발행된 바 있다. 대표적인 신인도 지표로 외평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작년 말의 22bp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나, 30bp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외화자금 사정을 반영하는 스와프베이시스(금리스와프-통화스와프)도 견조한 흐름이다. 1년짜리 스와프베이시스는 전일 기준으로 마이너스(-) 5.25bp 정도인데, 작년 말의 -21.5bp에 비해 역전 폭이 줄었다. 통상 외화자금 수요가 커지면 역전이 커지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년 스와프베이시스가 -500bp까지 폭락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고유가 현상이 현실화하고 달러-원 환율마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앞으로 한국 경제에도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겪은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율 상승만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외국인들의 증권자금 이탈도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보다 중동전쟁과 맞물린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으로 보는 진단이 우세하다. 환율 상승을 가벼이 봐선 안 되지만, 이를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금융 불안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출근길 첫날 출근길 문답에서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이를 강조한 차원이 아닐까 싶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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