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트럼프 쇼크'가 국내 공기업의 채권 조달시장까지 뒤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공사채 입찰을 전후로 진행된 여파다.
연설 전 입찰을 마친 공기업의 경우 약보합세로 발행을 마친 반면, 입찰이 연설 후까지 진행된 곳들은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중동 사태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기업들의 조달 타이밍이 더욱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AAA'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은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섰다.
부산광역시도 지방채 조달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진행했다.
전일 개장 초부터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약세 기류가 드러났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기점으로 그 폭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다"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밝히며 종전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채 입찰 분위기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후로 나뉘었다.
연설 전인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는 민평보다 소폭 낮거나 높은 수준으로 발행 스프레드를 확정했다.
LH는 5년물 1천억원을 동일 만기 'AAA' 특수채 등급 민평 대비 2bp 높게 찍기로 했다. 응찰 규모는 1천600억원이다.
LH의 5년물 민평이 'AAA' 특수채 대비 0.6bp 낮았다는 점에서 민평 대비로는 2.6bp 높은 수준이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입찰을 통해 1년물과 2년물을 각각 800억원, 1천600억원 발행키로 했다. 1년물에는 1천500억원이, 2년물에는 3천100억원의 수요가 유입됐다.
스프레드는 1년과 2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AAA' 특수채 민평 대비 6bp씩 높은 수준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의 1년과 2년물 민평이 입찰 전일 기준 등급 민평 대비 각각 4.9bp, 6.2bp 높았다는 점에서 개별 민평 대비 소폭 높거나 낮은 수준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로 시장의 약세 폭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중장기 구간에 대한 위축세가 더욱 고조됐다. 연설 중 10년 국채선물이 반빅 이상 하락하는 등 장기 구간을 중심으로 한 약세가 커졌기 때문이다.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입찰을 진행한 한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여파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전은 당초 2년과 3년, 5년물을 총 4천억원 안팎으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입찰 후 규모를 3천200억원으로 줄였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 각각 1천300억원, 1천200억원, 700억원 규모다.
2년물에는 2천700억원, 3년 2천100억원, 5년 1천억원의 수요가 유입됐다.
발행 금리는 2년과 3년, 5년물 각각 3.700%, 3.800%, 5년 3.908%다.
입찰 전일 민평 대비 2년은 8.3bp, 3년은 6.7bp, 5년은 5.5bp 높았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입찰 시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후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분위기가 더 나뉜 듯하다"며 "다들 보수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발행 쪽도 부담이 있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채에 대한 불안 심리 역시 약세를 가속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한전은 발행량 증가 우려가 이어지는 데다 중동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높아진 발행 스프레드는 한전과 같은 시간대에 입찰에 나섰던 남부발전 조달에서도 드러났다.
남부발전은 입찰로 2년과 3년, 5년물을 각각 1천700억원, 1천억원, 300억원 찍기로 했다.
당초 발행 예정액이 2천5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물량은 늘어났지만 5년물에 대한 두드러진 약세가 드러났다.
2년과 3년, 5년물 스프레드는 각각 동일 만기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 대비 47bp, 52bp, 46bp 높게 확정했다.
이는 입찰 전일 남부발전 스프레드 대비 2년은 1.9bp, 3년은 3.6bp, 5년은 9.6bp 높은 수준이다.
주문량은 2년물 3천100억원, 3년물 2천400억원, 5년물 2천400억원이었다.
반면 전일 오후 2시까지 입찰을 이어간 부산시 지방채는 비교적 견조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부산시는 600억원어치의 3년물 채권을 동일 만기 국고채 대비 28.5bp 높게 찍기로 했다.
최근 유사 만기의 부산시 지방채 민평과 유사한 수준이다.
앞선 관계자는 "부산시의 경우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스프레드도 많이 올라와 있어 전일 분위기에도 나쁘지 않게 입찰을 마무리한 모습"이라며 "공사채 역시 종목과 만기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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