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금융정책이 최전선에 동원되고 있다. '욕망과 정의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돈줄을 죄는 방식을 우선 택했다. 투기적 대출수요를 틀어막아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간 대통령 발언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정책 메시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출 없이 집 사라'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설정했다. 은행들이 사실상 가계대출 순증을 거의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투기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흐름을 끊겠다는 의지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전례 없는 규제책도 내놨다.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만기연장 관행을 비판한 지 약 한 달 반만이다.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사용하는 이른바 '꼼수' 주택 구매에 대해선 최대 10년간 모든 신규 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돈줄을 틀어막아 가계부채와 집값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번 대책은 당초 금융위 계획에 없었지만, 이 대통령이 올 초부터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두 달 가까이 부동산 공세에 나선 것이 가이드라인이 됐다. 이 대통령이 투자 목적의 1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터라 조만간 금융위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의 추가 규제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대한민국이 가진 최악의 문제"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한다. 과도한 금융 공급이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맞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입장에서 어느 정도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될 역사적인 시점에 금융규제가 선공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의 규제가 그렇다. 대출을 연장해 버티는 방식의 레버리지 유지 경로가 끊어진다면 일부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이어질 것이고, 가격조정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의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은 약 1만7천가구, 4조원 규모로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약 1만2천가구, 2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얼마나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느냐다.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물만 증가하면 가격조정 압력이 불가피하겠지만, 대통령의 말대로 부동산은 일종의 '심리전'인 만큼 매도자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양도세 부담을 고려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단적인 예다.
그렇다면 금융규제를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수년 내 갑자기 부동산 공급을 늘릴 수 없고, 보유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둔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책이다. 야구로 치면 9회 내내 선발투수로 끌고 가기에는 힘겹다는 뜻이다. 금융규제는 투기 수요를 위축시킬 순 있겠지만, 부동산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조차 대출 규제로 1년 이상 부동산을 억누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가치는 투기꾼을 혼내주는 것보다 서민 주거 안정에 둬야 한다.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다. 아파트 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을 규제로 몰아내다시피 압박해 매매 물량을 늘리려다 자칫 전세와 월세 물건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과 임대시장의 불안정성만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금융 규제가 불러오는 부작용을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만큼 조급해하지 말고 정책 효과를 검증하며 정교한 설계에 나서야 한다. 금융이 부동산시장 정상화의 절대적 존재가 되는 순간 금융정책 또한 중심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금융부 이현정 기자)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금융위원회는 1일 재경부, 국토부, 행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와 은행 현금자동지급기 모습. 2026.4.1 city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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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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