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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원화가 내풍, 외풍 칼바람에 1년여 이상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 잦아드나 했다가도 이내 돌발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원화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형국이다. 반복되는 변수 등장에 결국 원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근래 계속되는 환율 요동의 시작점을 찾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2024년 12월이 눈에 들어온다. 원화를 갑작스러운 급락 국면에 몰아넣은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던 때다.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으로 달러-원 환율은 1,500원 턱밑까지 올랐다.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내 정치 이슈가 마무리되어가는 찰나 새로 들어선 미국 정부는 전 세계에 예상치 못한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을 불공정 무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해방의 날'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쇼크'로 원화는 다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이후 원화는 반등하는 흐름을 탔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세 힘겨루기로 긴장감 속에 움직였다. 양국의 관세 논의에 움직임이 좌우됐으며 '탈미국' 현상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원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 잠깐의 평화의 시간을 보낸 뒤 원화는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로 미국에 3천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하게 된 여파가 컸다.
동시에 개인, 기관을 막론하고 내국인의 해외투자에 불이 붙으면서 달러 폭풍 매수가 일어났고 심리적 쏠림까지 더해져 걷잡을 수 없는 원화 하락 흐름이 나타났다. 고강도 당국 대응책에 급반등했다가도 엔화 약세에 휩쓸리는 등 원화는 약세 국면에서 헤맸다.
지난 2월 들어 대내외 여건이 안정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선을 향해 내려가던 찰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국가 최고지도자 등 수뇌부를 제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한 것이다. 유가와 달러가 뛰고 원화는 또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도 원화 하락에 한몫했다.
이처럼 원화는 지난 1년여 동안 대내외 변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지 않은 통화는 없다지만 상대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은 게 현실이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계엄사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이후 원화는 달러화 대비 6.3% 하락했다. 유로화(9.76%), 영국 파운드화(4.17%), 스위스프랑화(10.69%), 스웨덴 크로나화(15.87%), 캐나다달러화(1.03%) 등 달러 인덱스 편입 통화가 많게는 15% 넘게 치솟은 것과 대비된다. 엔화만 원화와 같이 하락했으나 낙폭은 5.68%로 상대적으로 작다. 같은 기간 원화보다 더 하락한 통화는 인도 루피화(8.87%)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6.38%) 정도다.
최근 시장에서 환율 전망을 "못하겠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원화의 가벼운' 모습을 보여준다. 각종 변수에 통화가치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움직임이 유독 큰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예측 가능성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쉽게 휘둘리지 않는 원화를 만들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양새다.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국고채를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시키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까지 도모하는 것은 원화 수요를 풍부하게 해 장기적으로 흔들림 없이 편안한 원화를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오는 7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외환시장 24시간 개장도 이 퍼즐의 한 조각이다. 역외 접근성을 제고해 안정적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역외세력의 과도한 베팅으로 환율을 요동치게 할 가능성을 키운다. 최근 환율 상승 국면에서 이런 모습이 포착돼 외환당국에서 투기적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24시간 개장 시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는 일리 있는 반응이다.
그러나 원화 국제화는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다. 시장에서도 가야 할 길이라는 데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에 맞게 원화도 알맞은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인력, 인프라 구축 등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려오지만.
가보지 않은 길인 24시간 개장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다. 변동성이 커지고 이런저런 절차상 시행착오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잘못된 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다면 원화는 한층 더 성숙한, 국제화된 통화가 될 것이다. 일부 세력이나 대외 환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통화 말이다. 단련의 시간을 거쳐 원화가 바람 앞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보다 믿음직한 통화로 탈바꿈하길 기대해본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ywshin@yna.co.kr
신윤우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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