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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상법 개정 후 첫 주총…환원 확대에도 여전한 거리

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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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는 형식적으로 보면 변화의 출발점에 가까웠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장한 3차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린 주총이었고, 주요 기업들은 이에 맞춰 정관을 손보고 지배구조 관련 장치를 정비하는 데 속도를 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도 눈에 띄게 늘었고, 일부 기업은 수조원대 규모의 환원 계획을 사전에 제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만 놓고 보면 기업과 주주 간 관계는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주총장에서 확인된 분위기는 다소 결이 달랐다. 환원 정책은 확대됐지만, 주주와의 소통방식이나 경영진의 대응 태도는 기대만큼 빠르게 변화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역대급 실적과 함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음에도, 주총장에서는 오히려 환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회사가 제시한 '100조원 이상의 현금 확보 목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장기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는 설명에도, 자본 활용 계획과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성과 자체보다 그 이후의 자본 배분 전략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LG화학 주총은 또 다른 차원의 긴장을 드러냈다.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제기한 지배구조 개편 관련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되며 회사 측이 형식적으로는 방어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주주와 경영진 간 인식 차이는 적지 않았다. 특히 IR 소통 부재를 둘러싼 주주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단순한 민원을 넘어, 기업이 강조하는 '주주 중심 경영'과 실제 운영 간 괴리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됐다.

주총이 의결 절차를 넘어 누적된 불신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플랫폼 기업의 주총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됐다.

네이버의 경우 AI와 플랫폼 전략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주주들의 관심은 점차 수익화 경로와 투자 대비 성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주가 하락과 배당 수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며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강조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확대 방침을 언급했지만, 성장 스토리 중심의 설명만으로는 주주를 충분히 설득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카카오 역시 주가 부진을 둘러싼 책임 문제가 주총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주총의 성격이 전략 설명의 장이라기보다 경영 성과와 책임을 평가하는 자리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 확인됐다.

LG전자의 경우 비교적 개방적인 주총 운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신중했다. 주총 현장에서 제기된 부진한 주가에 대한 지적은 현재의 실적 구조와 미래 성장 전략 간 괴리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로봇, AI, B2B 등 새로운 사업 방향이 제시됐음에도, 해당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경로와 속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소통방식을 통해 주총의 성격 변화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대규모 주주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안건 의결 이후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반도체 업황, 주주환원 정책, 중장기 전략에 대해 경영진이 직접 설명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제품 전시를 병행한 점 역시 주주에게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체감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이는 주총을 단순 의결 절차가 아니라 설명과 설득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이처럼 올해 주총은 기업들이 주주환원과 제도 정비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변화를 보였음에도, 주주와의 관계 설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는 여전히 과도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주총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이 배당 규모 자체보다 자본 배분, 성장 전략, 경영 책임에 집중됐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결국 3차 상법 개정이 끌어올린 것은 기업의 책임 수준이었지만, 이를 실제 소통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가 '결과'에 대한 응답이라면,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점차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주총은 형식적으로는 달라졌더라도 실질적인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기 어렵다. (산업부 차장)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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