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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전쟁은 곧 끝날 거라 믿는 채권시장

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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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지난 3월에만 배럴당 45달러 이상 상승하며 60% 넘는 급등세를 보였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5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시장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변동성이다.

통상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 에너지 가격 급등 국면에서는 실제로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불과 4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이다. 유가가 급등하는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38bp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연초와 비교하면 13bp가량 올랐다.

유가 변동성과 비교하면 장기금리 반응은 분명히 이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이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재정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에도, 장기 금리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 괴리는 시장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핵심은 유가 '수준'이 아니라 '기간'이다. 금리는 현재의 유가가 아니라, 그 가격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실제로 현재의 원유 선물 가격도 만기가 뒤로 갈수록 싸다(백워데이션).

지금 시장에는 이번 유가 급등이 구조적 공급 충격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린 셈이다. 과거 중동 분쟁이 단기간 내 안정되며 유가가 빠르게 되돌림을 보였던 경험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정책 요인도 더해진다. 안전자산 선호 속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오히려 향후 정책 완화 가능성까지 일부 가격에 반영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을 방어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지난 5일 오전 3시 8분께 (미 동부시간 기준) 12월까지 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18.5%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3.0%) 대비 6배 높아졌다. 유가는 고공행진이지만 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문제는 이 전제가 얼마나 취약한가다. 만약 전쟁이 단기에 끝나지 않고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반복된다면, 이번 유가 상승은 더 이상 일시적 충격으로 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다시 끈질긴 형태로 남게 되고, 현재 금리가 반영하고 있는 기대는 빠르게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조정은 두 단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명목금리가 억제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하게 되고, 이는 달러 약세와 자산 가격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신호가 확인되면, 통화 정책은 결국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장기금리는 비연속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지금 시장에 깔린 전제는 '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그 기대가 틀릴 경우 시장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에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잘못된 전제가 깨질 때 발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21일 48시간 최후통첩을 들고나왔다. 48시간 내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의 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를 공격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23일이 다가오자 5일 연장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월 6일까지 열흘 연기했다. 그리고 전날에는 공격 시점을 오는 7일로 하루 더 미뤘다는 점을 시사했다. 분명, 이란과 협상 중이지만, 잘 풀리지는 않는 듯하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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