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해외 IPO 공모 시도…공모가 희망밴드·시차 등 달라
[※편집자주: 스페이스X IPO를 둘러싼 이번 시도는 글로벌 자본시장과 국내 규제 체계가 정면으로 맞물리는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미국식 공모 구조(S-1)를 기반으로 한 유연한 가격 결정과 투자자 모집 방식은 국내 증권신고서 중심의 엄격한 절차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순한 청약 대행을 넘어 공모 주선에 가까운 역할이 요구되는 순간, 규제 적용과 책임 범위 역시 달라지며 '해석의 영역'이 확대됩니다. 동시에 조 단위 평가이익과 투자 열기가 확인되면서 시장의 기대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제도 정합성이라는 원칙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딜은 혁신 기업 투자 기회를 국내에 연결하려는 시도와 기존 공모 규제 틀 사이에서 전례 없는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스페이스X IPO를 둘러싼 구조적 쟁점과 시장 파급효과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흔들 스페이스X의 공모주를 국내에 들여온다. 국내 IB가 해외 대형 IPO 딜을 국내 투자자에 직접 선보이는 첫 시도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공모 체계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환율과 서학개미를 둘러싼 정치적 시각도 부담이지만, 결국 딜의 성패는 양국의 서로 다른 공모 구조를 현재의 규제 틀에서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물량 확보와 별개로, 딜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만 어긋나도 답을 낼 수 없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전례 없는 해외 IPO 공모…금감원 '난색' vs 미래에셋 '드라이브'
8일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금융감독원은 스페이스X의 IPO와 관련한 국내 공모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례 없는 케이스인 만큼, 금감원에서도 이러한 시도에 난색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관리 부담을 키우는 리스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은 이번 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혁신 기업 투자, 글로벌 자산 배분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증권 주가를 '텐베거' 수준으로 올려 둔 주역이기도 하다.
◇'미완성 서류' 딜레마…S-1과 증권신고서의 간극
구체적인 공모 절차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증권신고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S-1 등록서를 중심으로 기업과 주관사가 유연하게 공모 구조와 가격을 설계할 수 있지만, 국내는 증권신고서 제출을 기점으로 그 절차가 엄격히 규정된다. 특히 투자자 접촉과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규제 차이가 공모 절차에서 단계별로 고민거리를 낳는다.
스페이스X는 이달 초 S-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투자자들은 아직 재무 구조나 딜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공식 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 없다. 통상 SEC의 리뷰가 상당 부분 진행됐을 때 S-1은 대중에 공개되는데, 내달 초에는 로드쇼를 위해 문서가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때도 S-1 서류는 SEC의 '인증 마크'를 받은 상태가 아니다.
국내의 공모 절차를 따졌을 때, S-1의 효력 발생일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도 없다. 예정된 상장 스케줄을 역산해보면, 적어도 국내에서도 5월 중순에는 증권신고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까지 물리적으로만 15영업일(약 3주)이 소요되고, 수요예측 기간을 제외한다해도 미국과 달리 개인의 청약 일정도 필요하다.
금감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해, '효력 미발생'의 S-1을 토대로 재구성된 국내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우선 수정과 보완의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 발행사가 한국 투자자를 위한 별도의 공시를 관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인수회사격인 미래에셋이 내용을 보완하더라도 그 정확성과 책임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결국 서류의 완결성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투자 핵심 정보 '공모가 희망밴드'에 대한 온도 차…이후 타임라인도 고민거리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리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투자 판단의 핵심 정보인 공모가에 대해 심사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 모두 신고서에 대략적인 공모가 범위를 작성한다. 문제는 희망밴드의 '구속력'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제시된 가격 범위가 공모가와 상이한 경우가 많다.
통상 국내 대형 딜은 별도로 정해진 수요예측 기간 중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하고, 기존에 제시된 가격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한다. 대형 IPO에서는 '공모가 밴드 상단'이 정석으로 통한다. 감독원은 부인하지만, IPO의 공모 가격 범위가 고평가됐다는 당국의 시선에 비교기업을 변경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격 설정의 권한이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있다. 범위는 제시되어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른 변경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에어비앤비와 스노우플레이크 모두 첫 로드쇼에서 밝힌 공모가 희망범위를 한 차례 상향 조정했고, 조정된 밴드의 상단보다도 공모가가 10달러 이상 높았다. SEC 역시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공모가가 제시된 범위의 20%를 넘지 않는 경우, 수정신고가 아닌 보충 공시로 가격 정보를 반영할 수 있다.
타이밍의 '미스매치'도 걱정거리다. 심지어 북빌딩 마지막 날 배정까지 마치고, 이때 가격이 공표된 후 이튿날 상장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가격 결정 후 기관 및 개인 청약 일정을 빼두는 한국과는 다르다.
시장에서는 결국 가격 확정 이전 단계의 S-1을 어디까지 국내 증권신고서와 동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모가 확정 이후 양국의 시간 축을 어떻게 정렬할 것인지가 이번 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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