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인포맥스]
(대전=연합인포맥스) 윤영숙 최정우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국가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소버린 AI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제조업 데이터를 활용한 '버티컬 AI'로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KIMM) 원장은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AI 패권을 잡기 위해 제조 강국이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우리가 가진 조선, 자동차 등 도메인 데이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강력한 무기"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버티컬 AI 시장은 우리가 충분히 장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세계 6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피지컬 AI를 필두로 전략적 공략에 나설 때라고 설명했다. 지난 70~80년대 이후 쌓여온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플랜트 등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데이터를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류 원장은 인터뷰 내내 '지능형 기계 문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산업화의 마지막 열차에 운 좋게 올라타 50년을 번영했다면, 이제는 선진국과 출발선이 같아졌다"면서 "AI 시대의 '창조주'이자 '설계자'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피지컬 AI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한국형 휴머노이드 '카이로스(KAIROS)'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필드 로봇, 의료 로봇 등 다양한 로봇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 장비, 공정까지 연결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기관도 드물다는 것이 류 원장의 설명이다.
류 원장은 "휴머노이드 기술은 한국이 늦은 출발을 했지만,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3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AI와 휴머노이드 시대에 발생할 일자리 감소 등 우려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류 원장은 "로봇이 인간이 모르는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면 섬뜩할 수도 있다"면서도 "인류는 늘 자정 작용을 통해 기술을 통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인간은 위험하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더 가치 있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유토피아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류석현 원장과의 일문일답.
--1970년대 기계연구원이 설립된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한국은 자동차나 플랜트 건설 등 산업 전반에 기계 기술이 필수적이었으나, 미국과 일본이 기술을 독점한 상황이었다. 당시 기계연구원이 설립돼 실험실에서 하나하나 만들어낸 작은 기술들이 산업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쳤다. 이를 통해 '중화학공업 입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기술 확보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
▲한국은 떠나는 기차의 마지막 칸에 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화학, 기계 문명의 대열에 어렵게 합류했다. 70년대 중후반과 80년대 초반은 선진국들이 기술 보호에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고 기술 전수에 관대했던 시절이다. GE(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기업도 비교적 기술 공유에 열려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기술 보호 장벽이 높아졌다. 우리가 그 마지막 기회를 잡아 산업화의 기반 기술을 확보했기에 지난 50년의 번영이 가능했다.
--과거의 산업용 로봇과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산업용 로봇은 고정된 위치에서 입력된 한 가지 반복 작업만 수행하는 '단기능' 로봇이다. 반면 피지컬 AI는 하드웨어에 인공지능(LLM 등)이 결합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다기능' 로봇이다. 챗GPT 같은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물리적인 몸체와 결합하며 피지컬 AI 시대가 열린 것이다.
--휴머노이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휴머노이드는 크게 본체(하드웨어), 두뇌(소프트웨어/AI), 그리고 이들을 학습시킬 데이터로 구성된다. 인공지능이 실제 인간의 형태와 같은 '몸'을 가졌을 때 비로소 전 산업과 가정, 국방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개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어진 이유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제조업 특성상 비즈니스 모델(BM)에 민감했다. 수천만 원인 산업용 로봇에 비해 한 대당 최소 2~3억 원(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약 5억 원 추정)에 달하는 휴머노이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하드웨어와 미국의 소프트웨어가 시너지를 내며 가격이 내려가는 조짐을 보이자 개발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가?
▲영국 글로벌 AI 인덱스 기준 세계 6위권으로 평가받는다. 1, 2위인 미국과 중국과는 격차가 있지만, 최근 프랑스를 추월할 정도로 빠르게 추격 중이다. 특히 우리는 국가적 특성을 반영한 소버린 AI(Sovereign AI)와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한 의견은?
▲기술 도입으로 사라지는 직업이 있겠지만, 로봇 산업 자체가 자동차 제조 규모를 넘어설 만큼 커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것이다. 로봇 보험, 렌탈, 구독 경제, 유지보수 플랫폼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며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여유로운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될 것이다.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카이로스'의 특징과 향후 일정은?
▲'버전 1' 모델은 키 160cm, 몸무게 55kg 수준으로 설계 중이다. 내년 상반기 버전 1이 나온다. 2030년 '버전 2'가 완성되면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초급 엔지니어 수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가정용으로 보급될 때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크기나 외형에 대한 배리에이션(변형)이 필요할 것이다.
--기계연구원이 그리는 미래 50년의 비전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기계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충전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기계 문명의 시대다. 단순히 기계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AI와 기계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설계자(Creator)'가 되어야 한다. 산학연관이 '원팀'이 되어서 데이터와 공급망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ysyoon@yna.co.kr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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