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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종말②] 빌라왕에서 전세 포비아까지…불신의 계보

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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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로 혼자 빌라 수천 채 매입하기도

2022년 사건 발생 이후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

2022년 빌라왕 사태 당시 집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주동일 기자 = 2022년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빌라를 수천 채 사들인 '빌라왕 사태'가 벌어졌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줄줄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빌라왕 사태는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 1천139채를 보유한 김 씨가 2022년 10월 사망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김 씨는 자본 없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빌라를 매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활용해 빌라를 대거 매입했다.

특히 전세 계약과 함께 매매 계약을 하는 이른바 '동시 진행'으로 빠르게 자산을 불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미리 섭외한 모집책, 중개업자 등에게 뒷돈(리베이트)을 주고 치밀하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 일당은 뒷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높게 책정했다. 심지어 실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아지면서 집을 팔아도 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깡통전세'가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계약 경험이 부족한 2030 세대 사회 초년생들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었지만, 동시 진행으로 계약과 함께 집주인이 변경되며 피해를 봤다.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졌다. 같은 시기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는 한 건물주가 주택 2천700여채를 보유하면서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25억원을 편취한 이른바 '건축왕'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무리한 주택 확장으로 대출이자가 연체되며 다수 주택이 경매에 올랐지만 이를 숨기고 전세 계약을 맺어 여러 피해자를 양산했다. 특히 공인중개사를 고용해 피해자들이 전세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 제도 정비한 정부…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은 급증

일련의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정부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의 140%에서 126%로 대폭 강화했다. 전세가가 공시가의 126%를 넘어가면 보증 가입을 거절했다.

특히 빌라왕 사태 당시 가해자들이 주택에 HUG 보증이 되는 점을 들어 피해자를 속였던 만큼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과 별개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빌라왕 사태가 벌어진 2022년을 기점으로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했다.

월세 비중은 2021년 43.5%에서 2022년 52%, 2023년 54.9%, 2024년 57.6%, 2025년 63%로 임대차 시장의 과반을 넘어섰다.

전세 기피 현상은 비아파트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전국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48.5%에 그쳤지만 2022년 59.6%, 2023년 65.6%, 2024년 69.7%, 2025년 76.4%로 가파르게 늘었다. 사실상 전세가 소멸하다시피 했다.

반면 아파트에서는 2021년 38%에서 2022년 43.5%, 2023년 44.1%, 2024년 44.8%, 2025년 48.3%로 비교적 증가세가 완만했다.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임대인들은 전세 반환보증 가입 기준 강화로 일부 전세 매물을 월세로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빌라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12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거래량은 1천282건으로 전년 동월(3천379건) 대비 62.05% 감소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임차 거래 가운데 50.5%를 차지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보다 월세 거래가 더 많아졌다"며 "가계 부채 완화와 대출 건전성 개선 등을 이유로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면서 월세 형태의 임대차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전세 보증금을 HUG를 통해 위탁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전세의 월세화 흐름에 대한 또 하나의 변수"라고 내다봤다.

diju@yna.co.kr

주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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