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건전성 흐름이 2025년 들어 은행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2022년 이후 가파르게 늘던 신규연체는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감소했고 KB국민은행은 대규모 상각·정상화로 연말 잔액을 크게 줄였다.
하나은행은 신규연체 규모가 가장 컸고, 우리은행은 상각 규모가 가장 컸음에도 연말 잔액이 가장 많이 남아 각사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와 여신관리 전략 차이가 수치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신규연체 규모는 2022년 약 3조원에서 2023년 6조원대, 2024년 9조원대로 가파르게 불어났다.
2025년에도 총 9조8천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전년과 비교한 증가폭은 앞선 2년보다 뚜렷하게 축소됐다.
이는 기업대출 부실 유입 압력이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으나, 악화 속도 자체는 다소 완만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절대 규모가 여전히 높은 만큼 은행권이 곧바로 공격적인 기업여신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고금리 부담과 업황 부진 여파가 여전히 기업 신용 전반에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흐름이 확연히 갈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2025년 신규연체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했다. 신규연체는 2024년 2조386억원에서 2025년 1조9천902억원으로 줄었고, 상각도 8천147억원에서 9천9억원으로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연말 연체잔액도 1천435억원에서 912억원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신규 부실 유입과 연말 잔액이 동시에 줄어든 유일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연말에 대규모 상각이나 정리를 통해 잔액을 낮춘 것이 아니라, 신규 연체 발생 자체를 상대적으로 잘 통제한 흐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각 증가세도 다른 은행 대비 완만해, 포트폴리오 구성과 여신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질 높은 건전성 방어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KB국민은행은 부실 유입과 정리 강도가 동시에 크게 나타난 경우에 가깝다.
국민은행의 신규연체는 2022년 6천275억원, 2023년 1조2천486억원, 2024년 1조9천604억원에 이어 2025년 2조2천30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상각 역시 2022년 2천291억원에서 2025년 1조2천99억원까지 빠르게 늘었다. 여기에 정상화 등도 1조90억원에 달해 연말 연체잔액은 95억원까지 급감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부실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반면, 상각과 정상화 강도를 크게 높여 연말 잔액을 낮춘 모습이다. 연말 수치만 보면 가장 양호하지만, 그 배경에는 신규 부실 유입 확대와 공격적인 사후 정리가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는 부담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절대 규모 측면에서 가장 큰 흐름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신규연체는 2023년 2조1천199억원, 2024년 2조8천743억원, 2025년 2조8천729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정상화 등 규모도 2025년 1조5천941억원으로 가장 컸고, 상각도 1조1천966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연말 연체잔액은 1천48억원에서 8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신규연체 규모가 4대 은행 중 가장 컸고, 정상화와 상각 규모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부실 유입 압력이 가장 컸던 동시에, 이를 정리하는 규모도 가장 크게 나타난 셈이다.
우리은행은 잔존 부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었다.
2025년 신규연체는 2조5천367억원으로 하나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상각은 1조3천987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컸다. 정상화 등도 1조159억원에 달했지만, 연말 연체잔액은 1천92억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남았다.
우리은행은 상각 규모가 가장 컸음에도 연말 연체잔액이 4대 은행 중 가장 많이 남아, 상대적으로 잔존 건전성 부담이 가장 크게 남은 은행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업금융 전략에도 시사점을 준다.
신규연체 증가세가 둔화하고 연말 잔액 관리도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은행권이 무조건적인 보수화에서 벗어나 우량 차주와 성장 산업 중심의 '생산적 금융'을 선별적으로 확대할 여지를 보여주는 신호로도 읽힌다.
외부 충격이 추가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업여신 전략 역시 방어 일변도에서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는 흐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들도 최근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산업 분석과 금융 지원을 연결하는 '선구안 팀'을 출범시켜 유망 산업과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는 체계를 강화했다.
우리금융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80조원 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이 중 대부분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했고, 하나금융은 ESG·AI 기반 혁신기업 대상 펀드 운용을 통해 스타트업과 임팩트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표상으로는 신규연체 증가 속도가 다소 완만해지고 있지만 절대 규모 자체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권도 방어 일변도에서 선별적 공급 확대를 고민할 수 있는 구간에 조금씩 접근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건전성 관리와 사후 대응 역량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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