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전세 매물 석 달 새 69% 급감
규제에 막힌 공급에 '원정 문의' 기현상, 6억 이하 저가 매매로 발길
[촬영:한이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이임 기자 =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이자 신혼부부들의 '서울 입성' 관문으로 통하는 노원구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매물 실종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천 세대에 달하는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단 한두 건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 가뭄이 이어지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결국 대출을 끼고 노후 아파트 매수로 선회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기자가 지난 8일 찾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 중개업소 외벽은 매매 정보를 담은 종이들로 빼곡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층이 찾는 '전세' 문구가 적힌 종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중개업소들은 전세 매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천646세대에 달하는 상계주공6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50㎡(약 15평) 기준 실질적으로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은 단 1건에 불과했다. 해당 면적은 저렴한 가격대 덕분에 신혼부부의 입주 문의가 집중되는 매물이다.
인근 1천944세대 규모의 상계주공11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해, 동일 면적 기준 매물은 2건 남짓에 그쳤다. 이마저도 수요가 낮은 저층과 탑층(상층) 매물뿐이었다.
실제로 노원구 전세 매물 감소율은 서울에서 가장 가파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686건이었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13건으로 69% 감소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지역 중개업소들이 매물을 구하기 위해 원정 문의를 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개업자 A씨는 "노원구 전체적으로 전세가 귀해진 지 오래됐다"며 "최근에는 월계동의 3천세대 대단지 중개업소에서도 전세 매물이 있는지 이쪽으로 문의 전화를 해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약 4천세대에 달하는 미륭미성삼호3차아파트와 1천880세대인 장미아파트 등 인근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한이임 기자]
이들 단지는 지어진 지 약 4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주차난과 녹물 등 생활 불편이 불가피한 '재건축 대기 단지'임에도 전세 수요는 오히려 견고한 상황이다.
중개업자 B씨는 "오래된 아파트지만 3억원대 저가 전세라는 가격 경쟁력이 서울 입성을 원하는 신혼부부의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경기도로 한 번 밀려나면 서울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규제에 가로막힌 전세 공급…매물 잠김 현상 심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전세 가격은 3월 넷째 주 이후 3주 연속으로 0.20%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4월 첫째 주에도 0.26% 오르며 강북구에 이어 서울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전세난의 원인으로 정부 규제와 임대차법의 부작용을 지목했다.
중개업자 C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투자자 유입이 끊기며 신규 전세 공급이 사실상 멈췄다"며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다 보니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매물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의 뿌리는 과거 임대차법 제정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매물 회전율이 낮아진 상태에서 최근의 규제가 더해지며 가뭄이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중개업자 D씨는 "전세 물량 감소에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할 곳이 없어 갱신권을 행사해 머물다 보니 신규 임차인이 진입할 틈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매물 출회 기조도 전세난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중개업자 E씨는 "전세 계약이 끝난 다주택자들이 이사비를 지원하면서까지 세입자를 내보낸 뒤 매매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 매물이 매매 시장으로 흡수됐다"고 설명했다.
◇전세난에 떠밀린 신혼부부의 매매 전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 매물을 찾아 노원구로 유입된 신혼부부와 청년층은 결국 매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례대출 등을 활용해 저가 매물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개업자 A씨는 "전세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매물이 없다는 말에 한숨을 내쉬고 나가는 손님들이 부지기수"라며 "결국 매매로 전환하는 결혼 예정 부부나 신혼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 D씨도 "전세를 고민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매매로 돌아서 6억 미만 매물을 잇달아 거래했다"며 "현재 6억 미만 매물은 다 빠진 상태다"고 전했다.
현장의 이 같은 분위기는 거래 지표에서도 일부 투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29호까지 줄었던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난 2월에는 633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760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연말 저점 대비 거래량이 3배 가까이 회복된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주거 여건보다 '서울 입성'을 우선시하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40년 된 노후 단지라는 약점과 재건축이 본격화하기까지 최대 10년 이상 남았다는 불확실성에도, 서울에 발을 붙이려는 청년층에게 상계동 일대는 여전히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한이임 기자]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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