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어느 마을에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곰과 늑대가 장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곰은 맥주를, 늑대는 소시지를 팔러 왔다. 손님은 많지 않았고 목이 마른 늑대는 곰에게 동전 한 닢을 주고 맥주를 한 잔 사서 마셨다. 배가 고팠던 곰은 늑대에게 맥주를 판 돈으로 소시지를 사 먹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았지만 결국은 동전 한 닢밖에 남지 않았다. 곰과 늑대는 물건을 모두 팔았는데도 왜 돈이 이것밖에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많이 알려졌다. 외부 유입 없는 내부거래, 매출과 이익의 혼동, 생산수단의 자가소비 등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야깃거리다.
금융과 실물경제를 생각할 때 금융이 과연 실물경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돌아보게 한다. 애초에 금융은 영국의 '금장(Gold Smith)'에서 시작했다. 금장이 발급하던 금 보관증은 점차 화폐의 기능을 띠게 됐고, 어느 순간 보관 중인 금보다 더 많이 발급되면서 파국(뱅크런)을 맞이했다. 이런 형태는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했던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는 금융을 실물 경제 울타리의 바깥으로 풀어 놓는 계기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금 시세가 8% 가까이 급락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 놓인 골드바. 2026.3.24 dwise@yna.co.kr
근대 영국의 골드 스미스가 그랬던 것처럼, 고삐 풀린 금융은 저축은행 파산 등 여러 문제를 가져왔고 흔히 말하는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예금자 보호와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은 금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왔고 그 결과 우리는 지난 2008년 리먼사태 등을 통해 금융이 실물경제를 붕괴시키는 장면을 다시 지켜봐야 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서 '부채로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예금의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대출이 예금을 만든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부분지급준비금 제도로 인해 우리는 실제 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으며 그 결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과잉 금융이 왜 문제인가. 사회적으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곳에 자원을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회사 시타델은 초고속 통신망 투자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경쟁자보다 0.000001초 먼저 결제함으로써 수조 원의 수익을 얻는 고빈도 매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의도에 금융회사가 많은 이유도 거래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함으로써 거래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시타델이나 여의도 금융회사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그런 곳에 금융이 집중됨으로써 정작 금융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하기도 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6.3.4 dwise@yna.co.kr
한 채에 수십억원 하는 강남 아파트를 떠올려 보자. 이런 고가의 아파트가 존재한다고 해서 주거문화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도 의문이지만, 막대한 가격에도 중저가 아파트와 똑같은 시루떡 구조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그런 비싼 가격을 치르고도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층간 소음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잉 금융으로 떠받친 자산 가격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금융이 실물경제의 테두리 내에서만 움직여야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자유시장 내에서 움직이는 숱한 시도들, 그 가운데에는 씨앗과도 같은 기업들이 있다. 수분, 산소, 온도가 맞아야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듯 창업자와 창업 아이템, 그리고 창업 자본이 갖춰져야 새로운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금융의 역할은 막중하다. 어느 기업이 싹을 틔울 수 있는지, 어느 기업이 그렇지 못한지를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이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학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26 생산적금융 세미나·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2.9 yatoya@yna.co.kr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 금융기관이, 특히 은행이 바뀌어야 한다. 아파트 담보대출과 같은 단순 상품만 취급해온 은행이 과연 기업금융을 확대할 충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지 의문이다. 아파트를 편애하는 은행의 대출태도가 바뀔 수 있도록 금융당국도 각종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BIS비율)은 아파트의 위험성은 낮게 평가하는 반면, 주식에 대해서는 몇 배의 위험성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그냥 두고 과잉금융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금융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생산적 금융의 물꼬를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spnam@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