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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이후 2년

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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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돼 간다. 사고 직후 특별점검과 국정감사, 국회 토론회가 이어졌고, 제도개선 필요성도 여러 번 제기됐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방사선을 다루는 현실을 보면, 바뀐 것보다 그대로인 것이 더 많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당시 사고는 특정 기업의 일탈이라기보다 산업현장 전반에 깔린 방사선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에 가까웠다.

지난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원자력 안전 연속 토론회'에서는 삼성전자 노동자 방사선 피폭 사례와 산업현장의 방사선 안전관리 실태가 다뤄졌다. 삼성전자 사고는 2024년 5월 27일,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발생장치를 수리하던 노동자 2명이 피폭된 건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2명 모두 손 피부 피폭이 연간 한도를 넘었고, 1명은 전신 유효선량 한도까지 초과했다. 노동부는 이를 '부상'으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사고 원인으로는 인터락 미작동, 정비 절차 위반, 방사선 안전관리자의 실질적 관리·감독 부실 등이 지적됐다. 장비는 600여대였지만 안전관리자는 단 2명이었다. 삼성전자 사고가 보여준 것은 단지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방사선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 조건에서 관리돼 왔는가 하는 현실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 기흥캠퍼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런 위험이 삼성전자만의 특수사례가 아니란 점이다. 토론회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국내 방사선 이용기관은 1만465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산업기관은 8천457곳으로 80.8%를 차지한다. 방사선은 더 이상 원전이나 병원에만 있는 위험이 아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비파괴검사, 각종 생산설비가 있는 산업현장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해 관리체계는 놀랄 만큼 허술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현장 방사선 관리가 여전히 '허가'보다 '신고'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전체 방사선 이용기관의 약 85%가 신고 대상이고,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발생장치 상당수도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신고기관은 허가기관보다 규제가 훨씬 약하다.

신고기관에는 방사선 안전 보고서 제출, 안전관리 규정 마련, 방사선량 및 오염 측정, 건강진단, 피폭 관리, 기록 비치 같은 핵심 의무가 대거 빠져 있다. 쉽게 말해 산업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장치가 가장 느슨한 관리 아래 놓여 있는 셈이다.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체계는 있어도,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체계는 비어 있는 것이다. 규정이 이렇다 보니 방사선을 사용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았거나,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은 사업장이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장의 관리 수준은 법과 제도보다 더 취약하다. 신고대상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기관 종사자 중 절반 가까이가 자신이 방사선 작업종사자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온다. 개인선량계 착용 비율은 24% 수준에 그쳤고, 보호구 미착용은 94%에 달했다. 방사선량률 측정기 보유 및 측정 여부에서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사고 비중은 전체의 약 65%에 달했다. 삼성전자 기흥 사고 역시 이런 구조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출처: 원자력 안전 연속 토론회]

문제는 법체계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장치나 설비 중심이고, 노동자 보호와 작업환경 관리는 담고 있지 못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에서의 방사선 안전관리 체계를 담고 있지 못하다. 올해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 논의에서도 안전 문제가 빠졌다는 지적은 결코 부수적인 쟁점이 아니다.

첨단산업 육성을 말하면서 그 산업을 떠받치는 노동자의 위험은 제도 바깥에 남겨둔 셈이다. 산업 지원은 확대하면서 안전 규제는 느슨하게 두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 사고 같은 사건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달성했다.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 방사선 안전관리에서 보여준 수준이 장비 수백 대에 관리자 2명, 사고 뒤 책임 판단 지연이었다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우선순위의 문제다. (산업부 차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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