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윤은별 기자 = 조현상 HS효성[487570] 부회장의 독립 경영이 650일 차를 맞았다. 하지만 코스피 활황 속에서도 HS효성의 존재감은 오히려 후퇴했다. 주주들의 밸류업 갈증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조 부회장의 행보는 물음표를 던졌다.
자기주식이 아닌 형님인 조현준 효성[004800] 회장의 계열사 효성중공업[298040] 주식을 대거 담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HS효성의 기업가치 향방이 더 오리무중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남의 집' 주식에 쓴 30억…자사주 매입은 왜 안 하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이달 들어 효성중공업 주식 1천2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지난 1일 600주를 시작으로 2일과 6일에 각각 400주, 200주를 확보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29억9천18만원이다. 주당 취득 단가가 250만원 안팎인 초고가 주식임에도 개인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늘렸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불과 2년 전인 2024년 5월, 조 부회장은 계열 분리 요건인 지분 3% 미만을 맞추기 위해 효성중공업 주식 약 12만주를 주당 33만9천990원에 장내 매도했다. 당시 약 411억원 규모의 지분을 처분하며 독립 의지를 내비쳤는데, 이제 다시 7.3배나 뛴 가격에 되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지분율이 0.66%까지 낮아져 법적 규제에서는 자유로운 상태다.
HS효성의 주가는 출범 이후 35% 하락했다. 기관투자가가 대거 빠져나갔다. 그사이 효성중공업은 황제주가 됐고, 효성도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치솟았다. 범효성가의 가치가 판이하게 엇갈렸다.
◇ 조현장 부회장, 효성중공업의 무얼 봤나
시장에서는 이 30억원의 용처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최근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오너나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카드가 자사주 매입이기 때문이다.
HS효성 측은 조 부회장의 효성중공업 주식 매입이 개인 투자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보다 형님 계열사의 미래를 크게 봤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코스피 활황 속에 유망한 종목들은 많다. 그럼에도 조 부회장이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효성그룹 계열사를 선택한 부분이 투명성 측면에서 합당하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과거에 일했던 지인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법인 분리 이후 HS효성 주가가 성과를 낸 것도 아닌데 오너가 정작 다른 기업에 사재를 투입한 것"이라면서 "게다가 낮은 가격에 매각한 뒤 수 배 가격으로 재매입했는데 HS효성 주주 입장에선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조 부회장이 투입한 30억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평가다. 최근 기습 유상증자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던 한화솔루션의 최고위 경영진인 김동관 부회장이 여론을 달래려 투입한 자사주 매입금액이 30억원이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효성중공업 매수 규모와 같다.
◇ 혹시나 계열분리 지렛대? 시장서 나오는 추측들
HS효성은 계열 분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효성그룹과 HS효성은 미국-베트남 사업 스와프로 비즈니스적인 독립화를 진행했다. 이제 지분 정리를 마치면 각자의 길은 더욱 뚜렷해진다.
과거 LX그룹이나 LS그룹의 계열 분리 사례를 보면 독립 초기에는 철저하게 상호 지분을 정리하며 잡음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 반면 조 부회장은 오히려 지분을 늘리는 이례적인 선택을 내렸다.
결국 계열 분리의 마지막 퍼즐은 조 부회장이 가진 효성 지분 약 14%의 향방이다. 이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성중공업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것은 향후 지분 블록딜 등 정산 과정에서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중공업 지분 확보가 계열 분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지, 아니면 HS효성의 성장을 가로막는 발목이 될지는 향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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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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