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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인사이트]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국내 집행 가능성

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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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국적자 또는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피소돼 외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국내에서는 집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헤이그 재판 협약의 비준국은 아니지만 민사소송법 제217조를 통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을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집행판결을 통해 이를 국내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 따른 승인 요건은 다음과 같다. 외국법원에 적법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될 것,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으로 송달받았거나 소송에 응하였을 것, 판결의 내용 및 소송절차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것, 상호보증이 있거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않을 것 등 네 가지다.

이 중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지는 것은 주장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폭넓은 제3호의 공서 요건이다. 외국판결이 우리 법과 다른 법규를 적용하였거나 강행규정에 위반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근거로 외국판결의 승인 범위를 제한하거나 경우에 따라 승인을 불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액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이 제한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의 경우 우리 대법원은 "일부 개별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 법률이 규율하는 구체적인 위법행위의 유형들에 대하여 입법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특별히 인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손해발생 전의 상태로 회복에 목적이 있는 우리 배상 체계에서 위법행위의 유형에 불문하고 징벌적 손해 배상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국 워싱턴주 법원이 보상금의 2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사건에서 우리 법원은 보상금 부분에 대해서만 집행을 허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부분은 전부 불허한 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근로자 사망 사건에서 인정한 미화 425만 달러의 비경제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그 금액의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화 10만 달러 범위로 승인 범위를 제한한 사례 등이 확인된다.

다만, 이러한 승인 제한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다. 우리 법은 외국판결 내용 자체의 당부를 다시 심사하는 이른바 '실질재심사'를 금지하고 있어, 단순히 손해배상액이 국내 기준에 비해 높다는 사정만으로는 승인을 거부할 수 없음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공서 위반 등 법률이 정한 승인 거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외국판결은 원칙적으로 그 내용대로 국내에서 집행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 등이 외국에서 소송 당사자가 되었을 때 응소를 포기하거나 방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계약에 기초한 거래라면 사전에 관할합의나 중재합의를 통해 분쟁 해결 방식을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외국판결의 내용이 불리하게 확정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충정 노유진 변호사)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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