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한 가운데, 이란의 78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 규모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징수 방식이 불분명하고, 실제 집행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자연합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이란이 주요 해상 수송로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원유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제재로 인한 추적이나 압류가 불가능하도록 대금을 암호화폐로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체인널리시스는 이란의 암호화폐 생태계가 제재와 통화가치 하락, 외부 군사적 위협 속에서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지난해 약 78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무역과 무기 및 원자재 구매, 자금 비축 등에 사용해 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란 리알화의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란 국민들에게 일종의 재정적 생명줄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전쟁이 벌어지기 몇 달 전부터 이란인들은 자국 시위 국면에서 국가의 인터넷 차단과 금융자산 압류를 우려해 비트코인을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옮기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체인널리시스에 따르면 2월 말 공습 이틀 뒤 거래소의 총 비트코인 유출 규모는 약 1천30만 달러(약 152억6천만 원)로 집계됐다.
체인널리시스의 케이틀린 마틴 선임 애널리스트는 "포괄적인 제재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암호화폐가 유용하다"며 "국경 간 거래와 결제가 매우 간편하고 빠르며, 이란은 활발한 시장 환경 덕분에 비교적 쉽게 암호화폐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이번 결정은 현지 암호화폐 시장이 점점 더 국가 주도로 장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된다. 체인널리시스 분석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그 대리 세력들은 이란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스파한의 한 비트코인 트레이더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참가자 중 하나가 IRGC"라며 "이들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국가의 부족한 전력 자원에 부담을 줘 왔다"고 전했다.
다만, 유조선 통행료를 가상자산으로 받는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해운사들이 촉박한 시한 내에 대량의 토큰을 확보하고 이체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또 암호화폐를 매입·보관·이전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한 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약 72,700달러까지 급등했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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