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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운용, ETF 보수 출시 직전 돌연 인상…당국 '출혈경쟁' 제동 통했나

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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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자산운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하나자산운용이 신규 상장 예정인 상장지수펀드(ETF) 2종의 보수를 출시 직전 대폭 인상했다.

운용사 측은 상품 경쟁력에 걸맞은 제값 받기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과도한 '최저 보수' 출혈 경쟁에 제동을 건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1일 송고한 '"출혈경쟁 더는 못 본다"…말 안 듣는 운용사에 금감원 '제동'' 기사 참고)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1Q K반도체TOP2+'와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의 보수를 출시 직전 인상했다.

당초 하나운용은 '1Q K반도체TOP2+'의 총보수를 연 0.01%(1bp),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는 연 0.05%(5bp)라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두 상품의 총보수를 각각 연 0.20%(20bp)와 0.40%(40bp)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최초 신고가 대비 보수가 단기간에 20배, 8배 급등한 셈이지만, 회사 측은 당국의 개입과는 선을 그으며 '상품 경쟁력'을 이유로 들었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반도체TOP2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각 27.5%씩으로 기존 타사 상품 대비 경쟁력이 있다"며 "200채권혼합은 주식비중이 50%로 가장 높고 채권도 국내 채권으로 구성된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상장된 타사 상품들과 비교해 적정한 수준으로 보수를 '정상화'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정은 불과 두 달여 전 보였던 최저 보수 행보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 1월 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1Q 200액티브' ETF의 보수를 0.18%에서 0.01%로 파격 인하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총보수 0.01% 상품과 0.15% 상품에 각각 1억 원을 투자하면 30년 뒤에는 12억 원이 차이 난다"며 "투자자들이 저보수 상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생기며, 연금투자자 유인을 위해 이례적으로 보수를 낮췄다"고 강조했다.

[연합인포맥스]

이처럼 장기 투자를 명분으로 '최저 보수'를 적극적으로 앞세웠던 하나자산운용이 돌연 신규 상품의 보수를 대폭 상향하자,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자연스레 금융당국을 향하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최근 운용사들의 '저보수 공세'에 개입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국내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신규펀드 심사' 관련 지침을 통보하며 신규 ETF를 내거나 기존 ETF 보수를 인하하려는 경우 사전협의 단계부터 보수 수준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 지침에 따라 운용사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 사내 펀드 보수 현황은 물론 동종 타사 상품의 보수 현황까지 모두 파악해 제출해야 한다. 특히 신규 상품의 보수가 동종 ETF 최저보수보다 낮지 않은지 집중적으로 점검받게 된다.

KB자산운용도 지난달 ETF 5종 등의 보수를 내릴 당시, 기존 최저 보수를 하회하지 않고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0.022%)까지만 내린 바 있다. 이후 보수 인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것 역시 이러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감독원이 현재 기준으로 최저 보수인 것보다 더 내리지 말라는 내용의 지도를 하고 있다"며 "운용사들이 무분별하게 최저 보수로 경쟁하며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 같이 보수를 내리면 결국 업계만 공멸하게 된다"며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형 등 유형별로 적정 보수 수준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수 인하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ETF 순자산 40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최저 보수 경쟁이 당국의 개입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향후 ETF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보수 경쟁을 넘어 상품의 질적 매력도와 운용 역량 입증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나운용의 신규 ETF 2종은 오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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