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휴전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은 아마도 마음속에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천하의 트럼프가 왜 유독 네타냐후한텐 저렇게 휘둘릴까."
이란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통제하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이스라엘은 휴전을 엎어버리고 싶은 듯 레바논에 더 강한 폭격을 퍼부었다. 보다 못한 트럼프가 몸을 낮추라고 요구한 뒤에야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휴전을 '추진'한다고 했을 뿐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기묘한 연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키워드는 '종교적 망상'이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휘둘리는 가장 깊은 내면적 원인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자기애적 성격 구조'와 '메시아적 망상'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격해 보이지만 신선한 키워드를 내세운 이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다.
미국의 석학으로 꼽히는 삭스는 지난 6일 '트럼프와 네타냐후: 신(神) 놀음을 하는 두 미치광이(Two Madmen Playing God)'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트럼프와 전쟁 범죄 공범인 네타냐후는 세 가지 병리적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며 악성 나르시시즘이라는 성격적 문제,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진 권력의 오만을 지적한 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종교적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삭스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신의 뜻을 행하는 메시아라고 믿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매일 그렇게 말한다"며 "각각의 병리 문제는 서로를 악화시켜 나치 이후 볼 수 없었던 폭력 미화로 세계를 전례 없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2024년 암살 위험에서 살아남은 뒤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신에 의해 구원받았다"며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라고 말해왔다. 이를 파고든 게 네타냐후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최고 영예인 '이스라엘 상'을 비유대인 최초로 트럼프에게 수여하며 그를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위대한 구원자"라고 칭송했고 트럼프를 성경 속 인물로 비유했다. 트럼프를 집권 1기부터 네 차례나 성경 속 고대 페르시아 창건 군주인 '고레스 대왕'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40년간의 꿈"이며 이를 '구원의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로선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게 비판론자의 시각이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신의 '영적 사명'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가 네타냐후에 적극 동조한 것은 정치적 실리도 있다. 트럼프의 국내 정치 기반인 백인 복음주의자들에게 이스라엘 지원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 의무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펨브로크 대학교와 보스턴 대학교가 복음주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은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을 그리스도의 재림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믿었다. 이들은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귀환하도록 돕는 게 미국의 핵심 사명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네타냐후는 이란과의 전쟁을 "악의 세력과의 최종 결정"으로 묘사하며 복음주의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이는 트럼프에게 강력한 정치적 가이드라인이자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적극 동조하지 않는다면 복음주의 지지층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삭스는 "트럼프는 이같은 신학적 프레임에 갇혀 네타냐후의 일방적 군사 정책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본 논리 면에서도 트럼프는 네타냐후를 내치기 어렵다.
이스라엘계 미국인 사업가 미리엄 아델슨은 2024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1억600만달러를 기부하며 세 번째로 큰 후원자가 됐다. 그가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하며 내건 조건 중 하나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병합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산이 50조원에 육박하는 거부인 아델슨은 강력한 공화당 후원자이자 강력한 시오니스트다. 그는 트럼프가 성경에 '트럼프의 서(Book of Trump)'로 기록돼야 마땅하다고 추켜세우면서도 이스라엘 안보 정책에 미국이 전폭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아델슨 외에도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와 월스트리트의 유대계 자본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이스라엘 문제에서만큼은 예외를 두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이란을 굴복시키면 이스라엘이 미국 원조로부터 자립할 수 있게 된다"는 네타냐후의 입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개인적 이유야 어떻든 초강대국 미국의 수장이 유대인에 끌려가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요시 메켈버그 중동 프로그램 선임 컨설팅 펠로우는 "놀랍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관한 한 대부분의 사안에서 네타냐후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전쟁이 잘못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그 책임은 이스라엘에 전가될 것이고 이는 양국 동맹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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