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통제하기 어려운 거시경제적 악재와 꼬인 정치적 실타래 속에 갇혀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당초 금융시장은 워시가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하면 올해 말까지 최소 한두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상황이 급반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으면서 3월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전월(2.4%)보다 대폭 뛴 3.3%를 기록했는데 이처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제를 자극하는 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의 금기 사항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의 물가 불안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수입품을 중심으로 일회성 가격 충격을 가했고, 경제의 과열 상태를 잘 보여주는 서비스 물가 추세 역시 꺾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슈퍼코어)는 연준이 물가 목표치(2%)를 안정적으로 달성했던 2010년대 평균보다 0.75%포인트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는 통화 완화 정책의 명분을 약화한다고 매체는 주장했다.
워시 지명자가 금리 인하의 이론적 근거로 내세운 '인공지능(AI) 기반 생산성 향상' 논리 역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의 경제학적 반박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학적으로 AI가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잠재 성장률과 함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중립 금리(neutral rate)'도 동반 상승하므로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맞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현재 AI 붐의 실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등 막대한 자본 지출(CAPEX)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실제로 파월 의장과 필립 제퍼슨 부의장, 마이클 바 이사 등 현 연준 핵심 인사들은 워시의 AI 낙관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는 현재의 AI 붐은 즉각적인 금리 인하나 인플레이션 하락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현 파월 의장은 미 법무부(DoJ)의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적어도 2028년 초까지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약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법무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워시를 포함한 신임 연준 이사 인준을 거부한다면 파월의 의장직이 당초 임기인 5월을 넘겨 연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워시 지명자는 달콤한 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구슬려 연준 의장직을 제안받는 데 성공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이란 사태로 인해 금리 인하가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달콤한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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