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리서치, EV 침투율 전망 상향…캐즘 탈출 기대
고유가 수요 자극 vs 비용 상승 부담…배터리업계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이스라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근방까지 오르면서 그간 수요 둔화에 시달리던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고유가가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원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 SNE리서치, EV 침투율 상향…고유가에 경제성 부각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 영향을 반영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 침투율은 기존 27%에서 29%로, 2027년은 30%에서 35%로 높여 잡았다.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는 시점도 당초 2032년에서 2030년으로 2년 앞당겼다. SNE는 고유가가 소비자의 차량 구매 판단을 바꾸는 직접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내연기관차의 연료비 부담이 커졌고, 전기차의 총보유비용(TCO)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 안팎으로 오를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가격 차이 회수 기간이 기존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짧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기차 리스 문의와 주문량이 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NE리서치는 "미국과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유가의 불안정성은 전기차에 대한 최종소비자들의 구매문의로 이어지고 있고, 이미 국내외 자동차 딜러들은 전기차 모델에 대한 주문량을 기존대비 대폭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출처: SNE 리서치]
◇ ESS도 수혜 기대…에너지 안보·AI 전력수요 부각
이번 국면에서 ESS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중동발 위기는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전력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 이슈를 다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ESS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배터리 시장이 EV 중심에서 저장장치를 포함한 복합 수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평균 배터리 가격은 8% 하락했고, ESS용 배터리 가격은 2020년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가격 하락은 저장장치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도 EV 부문 부진을 ESS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배경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관점에서 EV 구매 심리와 판매량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에너지 자립을 위한 각 국가의 정책 유동성이 신재생-ESS의 수요 예상치 상향 조정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유가의 역설도…비용 압박에 수익성 변수
다만 고유가가 배터리 업종 전반에 일방적인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배터리 공장 증설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대규모 초기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자본조달 비용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와 보험료 상승 역시 셀과 소재 원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발 고금리 기조가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를 20% 이상 상승시켜 투자 위축을 초래하는 가운데, 폭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조기에 충당하기 위해 구축 기간이 짧은 가스 발전으로 회귀하는 이른바 '에너지 전환의 역설'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이번 국면은 기회와 부담이 교차한다. 장거리·고성능 EV 수요가 살아나면 삼원계(NCM) 중심의 배터리 전략을 펴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에 우호적일 수 있다.
반면 저가형 EV와 ESS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면 가격 경쟁력이 앞선 중국 업체들이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천80억원가량이 예상되는 등 EV 수요 둔화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회복의 속도와 수혜 범위는 제품군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하반기 배터리 시장은 고유가에 따른 수요 견인과 비용 상승 압박이 맞서는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캐즘 탈출 기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반등의 과실이 어디로 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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