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1주일 전 벼락 공시·자사주 악용 관행 지속…법원 역할론도 제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정부 주도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일부 상장사들의 편법적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 활용 방식과 불투명한 임원 보수 공개, 주요 정보의 뒤늦은 공시 등 관행이 지적됐다.
14일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열린 'ICGN 2026' 패널 토론에서 기관투자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한국 상장사 지배구조의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치러진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기업들이 제도의 허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이 실장은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해 시차 임기제를 도입하거나, 이사 수 상한을 제한해 소수 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을 어렵게 하는 등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정관 변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와 정보 비대칭 이슈도 거론됐다.
이 실장은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비중은 높아졌지만, 전직 관료나 법조인 등 대주주 인적 네트워크 출신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내이사와 달리 사외이사에게는 정보가 제한적으로 전달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보완할 전담 지원 조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사주 처분 목적의 불명확성과 임원 보수 공시 수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실장은 "자사주 취득 시에는 주주 환원을 목적으로 제시하지만, 실제 처분이나 보유 단계에서는 '경영상 목적'이라는 포괄적 사유를 내세우며 정관에 근거를 신설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 보수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격차를 지적했다.
이 실장은 "미국의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에서는 등기 임원의 평가 지표와 보수 산정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며 "국내에서도 임원 보수 결정 기준과 한도 설정에 대한 공시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총회 전 공시 관행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상법 개정 논의에 참여해 온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주총에서도 코스피 상장사의 93%, 코스닥의 89%가 주총 1주일 전에야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핵심 보고서를 검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또 입법 효과가 실제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이후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자사주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며 "이사들이 실제로 책임을 진다는 인식이 형성되려면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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