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드롬 삼양식품, 지난해 밀양공장 등 시설투자 대폭 확대
농심, 한국·미국·중국 등 생산거점 분산으로 포장재 충격 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K-푸드 수출을 주도하는 한국 라면이 포장재 수급 불안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불닭 신드롬으로 수출시장을 석권하며 지난해 국내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한 삼양식품의 대응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생산 거점을 해외로 다변화한 농심에 비해 포장재 수급 불안의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라면 업체는 현재 1~3개월치 포장재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단기 대응이 가능한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농심은 오는 5월, 오뚜기는 오는 6~7월까지 재고를 보유 중이다.
아직 포장재 재고가 부족해 생산 차질이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중동 전쟁 이후에도 수출 흐름은 견조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달 라면 수출액 잠정치는 1억6천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9% 증가하고 전월(2월) 대비로도 17.4% 늘었다.
한국 라면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 15억 달러(약 2조2천억 원)를 돌파하며 대표 K푸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현지 생산 및 판매까지 포함하면 해외 매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포장재 수급 불안이다. 포장재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시장에 팔 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AI 인포그래픽]
삼양식품과 농심의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포장재 수급 불안이라는 같은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주목됐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부담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불닭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삼양식품[003230]은 포장재 관련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년 면스낵 수출만 1조8천억 원대를 기록하며 국내 라면 수출을 견인해온 만큼 공급 차질은 곧 수출을 흔들 수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늘어나는 해외 불닭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지난해 전례없는 자본적 지출(CAPEX)을 집행했다. 지난해 '수출전진기지' 밀양 2공장을 지었고, 명동 신사옥을 매입하는 등 유형자산 취득에만 4천490억 원을 썼다. 2024년(2천285억 원)과 2023년(450억 원) 대비 각각 97%, 898% 늘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생산이 흔들리거나 원가 부담이 커지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 자체는 방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다 보니 오히려 환율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포장재 수급 문제가) 영향을 줘도 2분기 실적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미국 공급가를 10% 인상한 것처럼 현지 가격 전략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 현지 생산거점으로 부담 전반 줄일 듯
업계의 또다른 핵심 주자인 농심은 현지 생산거점을 통해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됐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계를 구축했고, 포장재 공급은 현지에서 조달하며 일부는 국내에서 받아쓰는 구조다. 특정 지역의 수급 불안이 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가 포장재뿐 아니라 물류, 원재료비 등 전반적인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료 수급 뿐만 아니라 물류도 과거 대비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 현지 공장이 있으면 수급이나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 호주 등 해외 법인에는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오는 6월 러시아 법인 설립도 예고한 만큼 글로벌 확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해당 법인 물량은 오는 하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이 맡는다.
지난해 수출을 포함한 농심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액 3조5천143억 원 중 39.8%를 차지했다. 이중 미국 법인의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이 5천243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같은 위기에도 기업마다 대응 방향은 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포장재 수급 위기가 장기화한다면 기업별 전략 차이가 어떻게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ijung@yna.co.kr
정수인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