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재고 바닥 보이는데 해결 방안 안보여
[※편집자주 = 중동 사태가 발발한지 한 달이 넘어가며 식품업계는 고환율, 고유가에 이어 포장재 수급 불안까지 복합 위기에 놓였습니다. 포장재 병목으로 원가 상승을 넘어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업계 전반의 상황부터 식품수출을 주도하는 라면 업계 영향, 대체 포장재 전환 흐름까지 연합인포맥스가 총 3꼭지에 걸쳐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입을 옷이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지금 식품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포장재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제품을 만들어놓고도 시장에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가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다. 이중고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부자재와 포장재 수급이 동시에 어려워지며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식품산업협회가 나서서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올리고 포장재 원료의 우선 수급과 원가 부담 완화 등 지원을 요청할 지경이다.
비닐, 필름, 페트(PET) 용기 등 주요 포장재가 모두 나프타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만큼 원료 수급이 막히면 제품 생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재고 상황도 여유롭지는 않다. 당장 생산에 차질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품목에 따라 최대 3개월에서 짧게는 2주 수준까지 떨어졌다. 예를 들어 비닐 포장재의 경우 여러 겹의 소재로 구성되어있어 일부 원료만 부족해도 영향을 미친다. 포장재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사실상 마지노선을 오는 5월로 보고 있다. 통상 필요에 따라 포장재 재고를 채워왔고, 미리 대량으로 비축해두는 재고는 아니었기에 업계가 체감하는 이번 위기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제품 가짓수가 많은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제품별 포장재 종류가 정해져 있어 향후 재고 상황에 따라 일부 생산라인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향후 6개월간 대체 포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만큼 부족한 재고에 맞춰 제품을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다른 용기에 일시적으로 납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미국과 이란 사이 종전 기대감이 커졌으나 1차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면서 포장재 원료 수급 불확실성이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휴전 기한이 끝나기 전 미국과 이란이 추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중 77%가 중동산인 터라 중동 상황 해제를 바라는 식품업계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28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유 88.5%, 나프타 46.1% 등 가격이 급등했다.
수급 불안은 치솟는 나프타 가격에서 견줘볼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 석유화학 현물 시세(화면번호 6906)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국·일본·대만(극동아시아)의 나프타 선물 가격은 톤당 1천96달러에 거래됐다. 중동 충돌 이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톤당 642달러에서 71%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비용이 급등해도 기업 차원에서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미 중동 전쟁에 따른 환율 상승과 해상 운임 부담까지 겹치며 원가 압박이 커진 상황에 포장재 원료 수급 불안까지 맞물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심의 등을 거치며 이미 제품 가격을 내린 상태다. 계약 단가가 이미 조정돼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재고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포장재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면서 "아직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단계는 아니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