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임시 휴전이 끝난 이후 환율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가 완화된다면 달러-원 환율은 1,400원대 중반으로 안정되겠지만,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500원을 다시 웃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합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이란 분쟁과 관련해, 과거 전쟁 사례와 달리 '물리적 공급절벽' 현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에 주목했다.
국제 원유 운송 통로 자체가 물리적으로 차단됐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초유의 사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덕분에 시장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일부 되찾은 모습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물리적 차단'으로 인해 전쟁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달 초 공개한 '2026년 호르무즈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한국경제 충격 진단' 보고서에서 "이번 중동전쟁은 중동의 군사적 충돌을 넘어 한국경제의 대외 취약성과 공급망 의존 구조를 재점검하고, 대응 역량을 높일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거시경제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특히 산업연관표를 활용한 비선형 비용 전이 모델과 베이지안 구조적 벡터 자기회귀 모형을 결합해 전쟁 시나리오별 거시경제 충격을 3단계로 제시했다.
우선 '스테이지 1'은 단기전 또는 1개월 내 협상 재개를 가정한 단계다. 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80달러선에서 통제되고 달러-원 환율은 1,470원~1,480원에서 등락하는 상황으로 봤다.
이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5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스테이지 2'는 장기 봉쇄 국면이다. 공급망 기능이 약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환율은 1,500원~1,53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GDP 성장률은 0.3%포인트 내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르며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스테이지 3'은 전면전 상황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하고 환율은 1,550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GDP 성장률은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767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해야 할 변수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여부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강화 여부 ▲원유 대체 공급망 확보 등 3가지를 지목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 미국 텍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10년째 거시경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글로벌리스크팀에서 거시경제 전망과 국제금융, 가상자산,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다음은 이승석 책임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이란 분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다. 높은 변동성 속에서 구조적 불확실성이 점차 고착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전쟁 초기인 지난달 3일 코스피 지수는 7.24% 급락했다. 이는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근간을 흔드는 상징적인 숫자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스피가 6,000선 부근까지 일부 회복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외국인의 주식 자금 유출 규모가 38조원을 웃돌았다. 같은 시기 환율은 1,400원대 초중반에서 현재 1,470원~1,480원 안팎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100~11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 지난 3월 31일 장중 1,536.90원까지 급등한 당시 환율 레벨은 어떻게 봤나.
▲1,536원대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외환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해서 뚫고 올라간, 일종의 '패닉 레벨'로 평가한다. 다행히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비축유 방출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달러-원 환율이 현재 1,400원대로 내린 것으로 본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당시 레벨이 새로운 균형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과거 전쟁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분쟁에서 주목할 점은.
▲가장 큰 차이는 단순 가격충격이 아닌, '물리적 공급절벽'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석유 파동,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유가 폭등 사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제 원유 운송 통로 자체가 물리적으로 차단됐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초유의 사태로 볼 수 있다.
당시에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원유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그 문제가 장기화하지도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주요 원료 중 하나인 헬륨, 브롬, 요소 등 주요 원자재 공급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다. 헬륨의 경우 카타르산이 65% 정도 되며, 브롬의 경우 이스라엘에서 90% 이상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료 주재료인 요소의 경우 비축량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비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국내 식탁 물가도 직격탄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과거 사례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유다.
한편, 유가 급등 상황에서 대처 수단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국제 공조를 통해 신속히 대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IEA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 증산에 합의한 데 이어 미국도 전략 비축유를 급히 풀면서 원유 공급을 늘렸다. 이는 이번 봉쇄로 차단된 원유량 대비 추가 공급 규모는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안정 효과를 줬다고 본다. 다만 '물리적 차단'으로 인해 전쟁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여파는 조금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상황은 보고서의 어느 시나리오에 가장 가깝다고 보나.
▲ 지금은 '스테이지 2', 즉 장기 봉쇄 단계에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온 상태로 평가한다. 초기 단계는 이미 지났으나, 현재 상태를 전면전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 주째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시나리오의 분석대로 본다면 우리나라 GDP도 0.3%포인트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물가상승률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전망한다.
-- 2주 휴전 종료 이후 달러-원 환율과 국제유가 전망은.
▲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 분쟁이 완화 국면으로 갈지, 아니면 악화일로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봉쇄 조치가 완화하고, 우회 항로를 통한 통행이 부분적으로나마 가능해진다면 환율은 1,400원대 중반으로 안정될 것 같다. 유가도 90달러대 중반으로 좀 진정될 것으로 본다. 반면 봉쇄가 장기화되면 시장은 현재의 기대감을 잃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환율이 1,500원선을 재돌파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며, 유가도 다시 110달러 수준으로 재차 상승할 수 있다.
-- 전면전 발생 시 환율 1,550원선 상회 전망을 유지하고 있나.
▲ 그렇다. 실제로 전쟁 상황이 급변해서 '스테이지 3'의 전면전 상황으로 넘어간다면, 지난달 1,536원대를 경험했던 것처럼 패닉 상황이 다시 올 것이다. 예상보다 전면전 상황이 길어질 경우 1,550원선도 충분히 열어둬야 한다. 이는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뚫고 오르는 상황이 될 텐데, 이때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펀더멘탈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 수입 물가 급등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차, 2차, 3차 파동을 타고 1%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별도로 서민의 체감 물가는 10%가량 오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투자 심리와 소비 심리 자체가 굉장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때 재무 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수출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 현재 외환 건전성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외환보유액은 위기 시 외환당국이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실탄이다. 최근 환율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부 감소했지만, 규모 자체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경우(환율 급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외환보유액을 축적해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만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는 경계심을 갖고 국가 신인도와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 이 외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해야 할 변수가 있다면.
▲세 가지 변수를 제시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여부다. 이는 달러-원 환율의 상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둘째, 미국의 이란 선박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강화 여부다. 이는 달러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정부와 국제기구의 비축유 방출 및 대체 공급망 확보 속도다. 당분간 에너지 수급 상황은 계속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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