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차인 없이 부지랑 전력 확보 계획만 들고 와서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를 하겠다고 하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사업에 4천억원 규모의 저리대출을 승인하면서 시장에 의미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은행권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의 핵심 변수인 임차인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최근 접하는 데이터센터 딜의 상당수는 임차인이 확보되지 않아 사업성 검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개최된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네이버의 'AI 데이터센터 증설·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도입' 사업에 총 4천억원의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딜은 네이버가 운영자이자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금융구조가 명확해 수월하게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중은행들은 국민성장펀드와 별개로 데이터센터 딜을 주선하기 위해 여러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진전은 더딘 분위기다.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차기 메가 프로젝트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다만, 정작 핵심 변수인 임차인(앵커 테넌트)이 없는 '속 빈' 딜만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자들이 부지 확보와 전력 공급 계획 정도만 갖춘 채 은행과 미팅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추진할 때 임차인을 먼저 확정한 뒤 금융 조달에 나서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측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사업 구조를 짜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표 사례로는 아마존이 언급된다.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는 SK그룹과 협력해 울산에 'AWS AI 존' 구축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SK그룹이 건설을 주도하고 AWS가 키 테넌트 역할을 맡는 구조다. AWS는 오는 2031년까지 국내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약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은행권의 고민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빅테크는 통신사나 대기업 그룹처럼 에너지 공급망, 기술 역량, 재무 여력, ESG 준수 여부 등을 두루 갖춘 검증된 대형 파트너와 직접 손잡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지와 전력 계획만 갖춘 초기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충족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차인 부재는 단순한 리스크 요인을 넘어 사업성 평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라며 "데이터센터 GPU 등은 통상 3~5년 주기로 대규모 설비 교체가 필요하고 유지·운영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 임차인이 없으면 엑시트 플랜 수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지 쏠림 문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약 90%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오는 2028년까지 40건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추가로 구축될 예정인 만큼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임차인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 PF 주선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빨리 데이터센터 딜을 자체 주선하고 싶은 상황"이라면서도 "임차인 없이 부지만 들고 오는 딜은 어디서부터 검토를 시작해야 할지 윤곽조차 그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mhan@yna.co.kr
한상민
smha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