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에 '자산 동원력'이 매수 향방 갈라
자산 격차 해소할 정교한 보완책 병행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이임 기자 = 주택 매수 시 자기자본 투입 비중이 연령대에 비례해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 강화로 시장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자산가 자녀들이 '사적 차입'을 매수 우회로로 활용하는 비중은 2년 안에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실에 따르면, 증여나 상속 변수가 큰 20대 미만을 제외하고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주택 매수 자금을 현금 등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비율이 상승했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자 가족 간 차용증을 작성해 자금을 조달하는 '그 밖의 차입금' 비중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2024년 약 1.9% 수준이었던 이 비중은 올해 2월 기준 약 3.7%로 상승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 AI인포그래픽, 김종양 의원실]
이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출 문턱이 높았던 2022년(3.8%)과 유사한 수치다.
세무업계에서는 증여에 따른 조세 부담을 피하고자 차용증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연 4.6%의 적정 이자를 지급하며 자금을 빌릴 경우, 증여세보다 이자 지급에 따른 비용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최왕규 세무사는 "금융부채 조달이 어려워지자 실무적으로 '패밀리론'이라 불리는 부모 차입 방식에 대한 문의가 증가한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금 조달 구조의 변화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에 따른 매물 증가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맞물린 상황 속에서도 집값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해 10월 189.4에서 올해 1월 195.8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시장 전반에 매물은 쌓이고 대출 문턱은 높아졌지만, 부모 등으로부터의 사적 차입이나 높은 자기자본을 확보한 매수층이 하방 지지선을 형성하며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후반에 달하며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지목되는 만큼,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기조는 건전성 차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다만, 자산 격차에 따른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정교한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자산 규모에 따른 매수 여력 차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역시 "선진국 대비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기조는 건전성 차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금 보유자 위주로 거래 주도권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려면, 생애 최초 매수자나 신혼부부 등 실거주 목적의 계층에 한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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