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수뇌부 암살과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휴전에 이어 막바지 종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나 정작 민생고와 직결된 물가와의 전쟁은 시작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수입물가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6.1%나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18.4% 급등했다. 중동전쟁으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 와중에 원유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88.5% 폭등하면서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문제는 수입물가 상승이 향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중동전쟁이 당장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국제원유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공급망 불안이 한꺼번에 해소되기도 어렵다.
당분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물가는 높아지는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3.1%로 하향 조정했고, 물가 전망치는 1월보다 0.6%포인트 높은 4.4%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IMF는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1.8%에서 이번에 2.5%로 0.7%포인트나 높였다.
중동전쟁 이후 여기저기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자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는 중동전쟁이 지속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11개국 재무장관들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가 적대행위나 분쟁 확대, 지속적인 혼란은 세계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경제·금융 안정성에 심각한 위험을 더한다"며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성장과 물가 상승,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이긴 하나 싱가포르 등 일부 중앙은행은 중동전쟁을 계기로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통화 긴축의 배경으로 중동전쟁을 꼽으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이 이미 상승했고, 향후 몇분기 동안 더 광범위한 수입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은총재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정책 방향이 좌우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긴 약간 이른 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도 통화 긴축 시점이 너무 늦지 않도록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상반기에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효과를 봤던 수단을 재활용하는 등 마른 수건도 다시 쥐어짜야 한다. 다만, 과거처럼 가격통제 방식을 넘어 공급망 다변화와 유통 및 산업 구조조정 등 보다 근본적인 방식도 병행돼야 한다.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고유가를 상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처럼, 이제는 고물가가 우리나라 경제를 좀먹지 않도록 고물가와의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 (뉴스융합실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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