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74조·보험 24조 추가 자금공급 가능
"정책 추경조치 성격…경제 재도약 마중물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2차 전략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4 ham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은행·보험권에 묶인 자금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 자본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은행권에선 74조5천억원, 보험권은 24조2천억원 등 총 98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 공급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정책적 추가경정예산(추경) 성격으로, 금융당국은 미래성장성이 높은 전략산업과 수출현장과 국가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에 자금 공급을 독려할 방침이다.
◇ 은행 ELS·LTV '과징금 폭탄', 운영 리스크 배제 길 열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보험권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은행권에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합리화 ▲구조적 외환포지션 확대 ▲내부신용평가모형 개선 등의 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합리화 조치다.
이는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사건을 3년 이상 인식한 경우 운영리스크 산출시 배제하자는 게 골자다.
최근 은행권은 담보인정비율(LTV) 담합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조단위 과징금이 예고됐다.
과징금과 보상금 등은 운영리스크 손실사건으로 분류되고, 자본비율 산출시 10년간 반영돼 은행권 자본비율엔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개선과 당국 제도개선 등이 이뤄진 국내 손실사건에 한정해 손실배제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글로벌 사례는 없지만 그만큼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공급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력 확대가 필요했다"며 "단, ELS의 경우 손실인식 3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은 포함 대상이 아니다"고 전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심사기준은 타이트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우선 정량 측면에선 '은행 연평균 손실금액의 5% 이상'에 더해'최소 3년 이상 운영 리스크 인식'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성 측면에서도 해당사업을 전면 폐지했거나, 완결성·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승인 이후 유사 손실사건이 재발되거나 사업을 재개하는 경우 패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라며 "배제 승인 받은 사건을 재발시점부터 잔여기간 만큼 즉시 반영하고, 일정기간 배제신청을 다시 할 수 없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합리화 조치를 적용할 경우 5대 은행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과징금 비중이 높은 은행의 경우 CET1이 최대 26bp 개선될 것으로 금융위는 추측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구조적 외환포지션 확대를 통해 최대 12bp 수준의 추가 CET1 개선을 도모한다.
이는 구조적 외환포지션 승인대상을 해외 장기 지분투자 및 해외점포 이익잉여금까지 확대해 시장리스크 산출시 제외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향후 단기 재무적 투자가 아닌 해외진출 목적인 지분투자의 경우 지분투자 전체를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인정한다.
당국은 최근 환율 변동성에 따른 은행권의 자본관리 어려움을 고려해 구조적 외환포지션 확대 과제를 발표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일련의 조치들을 통해 은행권의 자본비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고, 이를 통해 최대 74조5천억원 수준을 기업대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보험 위험계수 합리화해 24조 추가 자금 공급
금융당국은 보험권이 실질적인 위험수준에 비례해 요구자본을 산출할 수 있도록 위험계수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사의 투자여력을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킥스(K-ICS) 비율 산출체계 관련 정비도 병행한다.
우선 주식·지분투자 등의 위험계수가 비상장주식 49%에서 향후 20% 이하로 경감된다.
향후 보험사들이 정책펀드를 통해 첨단산업 비상장기업에 장기 투자할 경우 16% 수준의 위험계수만 적용하면 된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도 49%에서 35%로 낮추고, 위험계수 20%인 인프라 특례 적용 범위를 신재생에너지와 AI 기반시설 등 비 전통적 인프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출·채권 등의 신용위험액 감소를 위해선 매칭조정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매칭조정은 특정 자산과 보험부채의 현금흐름이 유사한 경우, 해당 부채에는 국채가 아닌 해당 자산의 수익률을 할인율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보험부채 할인율을 높여 부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엄격한 요건 탓에 실제 활용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변동금리 자산에 대해서도 10% 이내의 미스 매칭률 범위 내에서 매칭조정을 허용, 활용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동엽 보험과장은 "한국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은 해외와 견줬을 때 차이가 좀 있다"며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선 장기 투자처가 필요한데 10년 이상인 국민성장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매칭조정과 적격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대안을 만들면서 변화를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전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레버리지펀드와 블라인드펀드의 위험액 측정 방식 합리화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다.
투자여력 측정을 정교화하기 위해 내부모형을 도입하는 것도 변화다. 이에 더해 수익증권 중 금리부자산에 대해서는 유동성 프리미엄에 반영하는 등 산출기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조치'다"며 "추가 자금공급 여력이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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