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원화 가치가 절하되는 현상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민간 중심의 해외자산 투자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 등 대외부문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지현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17일 'BOX 이슈노트: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관계가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흑자가 확대돼도 원화가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관찰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김 과장은 "과거에는 수출 증가가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를 동시에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자본 유출입이 환율을 먼저 움직이고 그 환율 변화가 다시 수출과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메인 드라이버가 바뀌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경상흑자-환율 관계 바꾼 '금융충격'…순대외자산국 전환 이후 변화 뚜렷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가 2014년 3분기 중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된 이후 금융충격이 환율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순대외자산국 전환 이후에는 금융충격 발생 시 실질환율 상승(원화 절하)과 자본 순유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경상수지와 환율 간 관계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상품충격'에서 '금융충격' 중심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지목했다.
상품충격은 수출 경쟁력 개선이나 해외 수요 확대 등으로 순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절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통적인 경로를 의미한다.
반면 금융충격은 거주자의 해외자산 선호 확대나 달러자산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자본 순유출과 원화 절하가 발생해 경상수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전까지는 상품충격이 환율 하락(원화 절상)을 주도했으나 이후 원화 절상 기여가 약화됐으며 2020년 이후에는 달러자산 수요 충격이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한국은행
◇고령화 저축 증가도 원화 절하 압력 요인…"고착화 의미는 아냐"
한은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대외자산 축적 구조의 변화를 주목했다.
보고서는 금융충격 가운데서도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가 환율의 구조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 저축 수요가 늘어나고 이 자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투자되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해외자산 축적은 기존 공공부문의 준비자산 중심에서 민간의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전환됐다.
다만 이는 환율 급등이나 고환율 고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됐다.
김 과장은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 요인은 환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구조적 압력 요인은 맞지만 지금처럼 높은 환율이 장기간 고착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인구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 고령화 단계에 도달하면 오히려 저축이 줄어들면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심도 부족…MSCI·WGBI 편입도 변동성 완충 요인
보고서는 이와 같은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시장 심도가 부족해 동일한 금융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주요 선진국보다 환율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는 특징도 확인됐다.
분석 결과 금융충격 발생 시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확대될 경우 달러-원 실질환율은 약 0.65%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의 경우 같은 충격에 0.38% 상승한 데 비해 변동성이 큰 셈이다.
보고서는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추진을 통한 자본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가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환율 변동성 완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과장은 "투자자 기반 확대는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외환시장의 민감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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