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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떼어내도 주주 환호?…미·일 주주들이 자회사 상장에 웃는 이유

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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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주주에게 엔솔 주식 줬더라면…소니가 보여준 중복상장

한국은 세금 부과로 어려워…"세제혜택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꼽히는 모자회사 동시상장(중복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예외 허용'이라는 강수를 둔 가운데,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주주 친화적 구조 재편의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알짜 사업을 떼어내 껍데기만 남기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철저히 차단하되, 기존 주주에게 신설 법인의 주식을 직접 배분하는 현물배당 방식의 스핀오프(Spin-off)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는 중복상장 규제를 둘러싼 투자자와 발행사 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LG엔솔 사태의 뼈아픈 교훈…"주식 나눠줬다면 어땠을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강력한 중복상장 규제의 방아쇠를 당긴 대표적 사건은 단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사태다.

LG화학은 핵심 성장 동력인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뒤 별도로 상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알짜 사업의 성장 과실에서 소외되었고 모회사인 LG화학은 심각한 지주사 할인을 겪으며 주식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만약 당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킬 때 자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기존 LG화학 주주들에게 현물배당으로 골고루 나눠주었다면 어땠을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주주들이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에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향유할 기회를 얻게 되므로 거센 주주 반발이나 모회사 주가 폭락,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흉이라는 오명은 애초에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물배당' 앞세운 소니·美 스핀오프…핵심은 '주주 환원'

이러한 '만약'을 현실로 구현해 성공한 사례가 바로 일본 소니와 미국의 대형 기업들이다.

무조건적인 상장 금지보다 분할된 사업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과거 소니는 금융 자회사인 소니파이낸셜홀딩스(SFH) 지분 60%대를 보유한 채 2007년 도쿄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전형적인 모자회사 상장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해상충과 비효율 문제가 불거지자 2020년 공개매수 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폐지했다.

이후 소니는 금융 부문의 독립 가치를 재평가해 2025년 다시 분리 상장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소니는 SFG 지분의 80% 이상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현물배당 방식으로 직접 분배하고 20% 미만만 보유했다. 모회사 주주를 소외시킨 것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이 금융 부문의 성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분을 쥐여준 것이다.

일본 정부가 2023년 세제 개정으로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20% 미만으로 남기고 주주에게 배분하면 법인의 양도손익과 주주의 간주배당세 모두를 비과세하는 '부분 스핀오프' 특례를 제정한 덕분이다.

미국 역시 IBM의 킨드릴(Kyndryl), GE의 GE버노바(Vernova) 분리 상장 등 대규모 스핀오프가 활발하지만 한국과 같은 주주 반발은 적다. 세법 체계상 스핀오프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비례 배분하는 주주 중심의 구조가 안착해 있기 때문이다. IBM은 모회사 주식 5주당 자회사(킨드릴) 주식 1주를 배정했고 GE는 모회사 주식 4주당 자회사(GE버노바) 주식 1주를 배정했다.

◇"인적·물적분할 세제 정합성 높이고 과세이연 허용해야"

한국 역시 소니처럼 이 같은 거래를 실행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회사 주식의 현물배당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황남석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주식의 현물배당에 의한 배당형 인적분할세제의 도입방안'을 통해, 현물배당이 허용되었음에도 인적분할에 준하는 '과세특례제도(과세이연)'가 갖추어지지 않아 실제 활용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법에 따른 적격인적분할을 한다면, 법인은 분할신설법인에 자산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액으로 넘겨 양도손익 전체에 대해 과세를 이연받는다. 주주 역시 신설법인 주식을 교부받을 때 발생하는 의제배당소득에 대해 당장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조세 혜택이 존재한다.

황 교수는 "적격물적분할과 동일한 요건 하에서 분할법인이 보유한 완전자회사 주식을 분배할 경우, 분할법인과 주주 단계에서의 과세를 각각 이연해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세제의 구조적 정합성을 높일 것을 제언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중복상장 규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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