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강조한 공무원 파격보상
금융위서도 첫 사례 나왔다
1등 이용준 자본시장과 사무관 인터뷰
[사진: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신민경 기자 = "상금 받자마자 같이 고생한 팀원들부터 생각나더라고요. 모두에게 40만 원씩 쐈죠."
이번 주 금융위원회 직원 300여명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남자가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이용준 사무관이다.
이 사무관은 금융위 제1회 '금융위人(인)상'에서 쟁쟁한 선후배들을 제치고 1등을 해 포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금융위가 팀도 아닌 직원 한 명에게 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각 부처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공무원에 파격적 포상을 하라"고 강조해왔는데 금융위에서도 그 첫 사례가 나온 셈이다.
금융위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추천과 내부 추천을 받은 뒤 내외부 전문가 9명으로 꾸려진 심사위원회 평가를 거쳐 1~3등 수상자가 가려졌다. 이 사무관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이름은 금융위 복도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간다.
행정고시 58회로 2016년 금융위에 발을 들인 이 사무관은 올해로 입사 10년을 맞았다. 2021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불공정거래 사건들을 다뤘고 이듬해부터 약 3년간 부위원장실 비서관을 지냈다. 2024년 2월부터 자본시장과로 발령받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 제정, 기업공개(IPO) 제도개선, 세계국채지수(WGBI) 제도 개선 등을 이끌었다. 특히 이 사무관은 '코스피 6천 시대'를 이끈 기업 밸류업 정책의 처음과 끝을 모두 책임진 숨은 공신이다.
이 사무관은 동료들 사이에서 '성실맨'으로 통한다. 매일 밤 11~12시까지 야근하고 일요일에도 나와 업무를 마무리하는 일이 잦았다.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다는 평가다. 거래소와 협회 등 그와 함께 일한 기관 관계자들은 "최대한 현장의 많은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끝까지 챙기는 스타일이"이라고 입을 모았다.
"받을 만했다."
파격 보상의 주인공에게 동료들 역시 시샘보다 격려를 보냈다. 수십 건의 축하 메시지에도 이 사무관은 '성실맨'답게 한 통 한 통 놓치지 않고 "더 정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을 돌파하며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어요. 고생한 보람이 있는 듯해 덩달아 기쁘네요."
특히 카운터파트인 금융감독원 팀장에게서 받은 축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사무관은 "자본시장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의견 수렴에 대한 부담이 크고 잘못되면 사고가 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돌파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딪혔는데, 그 부분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의 배경이 된 건 지난달 발표된 '자본시장 안정화와 체질 개선 방안'이었다.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리스트 공개, 코스닥 시장 2개 리그 개편,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등이 담긴 대대적 개편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간담회에서 이를 발표했는데, 실무 담당자인 이 사무관이 발표 자료를 맡았다.
그는 "콘텐츠팀 소속으로 행사 영상과 장관님 발표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내용 등을 담당했다"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에 들어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스튜어드십 코드, 부정거래 포상금 등 방대한 과제들을 국민께 더 잘 설명해 드리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으로는 지난해 말 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꼽았다.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지수를 반영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한 조치다.
그는 "기관투자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리서치 보고서는 거의 안 나오는데 투자하는 대로 책임을 져야 해서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IMA와 발행어음 인가 획득한 증권사들 위주로 리서치를 확대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연기금 벤치마크 구성에서 기존 '코스피 100%'를 '코스피 95%와 코스닥 5%'로 바꿨다. 차관님과 과장님 등 금융위 임직원들이 소관인 예산기획처를 열심히 설득해 얻어낸 변화라 보람이 컸다"고 했다.
올해 2월 내놓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도 이 사무관의 손에서 완성됐다. 좀비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이 사무관은 "그간 코스닥시장은 많이 생겨나고 적게 퇴출되는 '다산소사(多産少死)' 현상이 심각했다. 수십년 간 누적되니 일부만 고쳐서 될 게 아니란 판단이었다. 중복상장 문제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선 방식에 고민이 많았지만 오래간 누적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과감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열심히 정책을 만들지만 기대만큼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이 사무관은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공무원으로서 달게 받아야 할 비판"이라면서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고민한 뒤 내린 결정이라면 그 판단을 믿고 밀고 나갈 필요도 있다. 중간 지점을 잘 잡았다는 확신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더라"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정책을 만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무원이라는 게 아웃풋(성과)이 정확한 지표로 나오기 힘들어요. 기업처럼 매출로 평가받는 방식이 아니라서 측정하기 쉽지 않죠. 오랜 시간 고생하고 고민해서 만든 정책을 보도자료나 행사 등을 통해 국민에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순간 정말 뿌듯해요."
이번 포상에서 아쉽게 이름을 못 올린 동료에게 '아차상'을 준다면 누구를 뽑겠느냐고 물었다. 공정시장과에서 주가조작 포상금 제도를 담당한 김민수, 윤도현 사무관을 꼽았다. 이 사무관은 "예전에는 주가조작을 신고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면서 "누구나 신고하고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낸 것 자체가 정말 큰 변화"라고 말했다.
1천만원 포상금은 시상식 당일 바로 통장에 찍혔다고 한다.
하지만 그 큰 돈을 오래 붙들어들 순 없었다. 떠오르는 얼굴이 많았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함께 일한 팀원 7명에게 40만 원씩 현금으로 총 280만 원을 건넸다. 자본시장국 전체 간식비로도 40만 원을 썼다. 남은 680만 원 중 일부는 세금에 대비해 따로 떼어 뒀다. 결국 이 사무관의 손에 든 돈은 400만 원이 채 안 된다.
"제 몫으로는 한 푼도 안 쓸 생각입니다." 이 사무관은 남은 돈을 가족을 위해 쓴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를 뒀지만, 대통령 행사 준비로 2주 가까이 얼굴을 못 봤다고 한다.
포상금과 포상휴가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당연히 포상휴가죠."
그는 "지난해 1년간 단 5일을 쉬었는데, 명절과 가족 휴가를 빼면 사실상 쉰 날이 하루도 없더라"며 "다음 분기 포상 땐 포상휴가도 같이 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금융위는 오는 20일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 6월 두 번째 시상을 할 계획이다.
mkshin@yna.co.kr
gepark@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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