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신윤우 김지연 기자 =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재임 기간 내내 환율 문제와 씨름했다.
글로벌 긴축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금리 인하)'을 함께 겪었고 지정학적 리스크, 구조적 해외 투자 확대 등이 겹치며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기간이었다.
19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재임 기간 환율 흐름이 시장의 구조적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며 이 총재가 급격한 통화 절하를 막기 위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점을 높이 샀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책당국 간 '원보이스(one voice)' 대응 체계는 시장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외환시장 구조 변화에 强달러 압력…변동성 확대 대응한 4년
2022년 4월 이 총재 취임 직후 달러-원 환율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으로 같은 해 10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상회했다. 이후 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며 달러화는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한 I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 재임 동안 달러-원 환율의 특징은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라며 "한국은 인구 구조상 금융자산이 빠르게 축적되고 해외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원화 약세 압력은 구조적으로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여건 속에서도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급격한 통화 절하를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총재는 재임 기간 환율이 반영하는 대외 여건 변화와 시장 쏠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왔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 연말 수급 쏠림으로 1,480원대까지 상승했을 당시 그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환율 수준을 설명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며 원화 약세 흐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 '서학개미 발언' 논란…환율 리스크 경고 메시지 재평가
재임 기간 가장 논란이 컸던 환율 관련 발언 가운데 하나로는 이른바 '서학개미 발언'이 꼽힌다. 당시 환율 상승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지며 곤란을 겪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후 해외투자 관련 발언을 지난 10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거듭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대학생한테 서학개미가 왜 (해외로) 많이 나가냐고 물어봤더니 쿨하다고 얘기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했는데 제가 '쿨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가 많이 됐다"며 "제 말이 아닌데 제 말처럼 보도돼서 그 얘기를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미국 투자는 주가뿐 아니라 환율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환율 하락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유행처럼 투자하는 흐름에 대한 우려가 담긴 발언이었다고 본다"며 "무지성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였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하게 비판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환율 상승 기대가 강했던 시기였는데 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책당국이 먼저 제시한 것"이라며 "달러-원이 1,500원을 위협하던 시기에 쏠림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기업들은 대체로 달러-원이 1,6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는 1,500원을 위협할 때 외환 당국이 쏠림을 강하게 잡은 기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 레고랜드 이후 정례화된 F4 회의…정책 '원보이스' 정착
한편 시장에서는 이 총재 재임 기간 정책 공조 측면에서 이른바 'F4 회의' 정착을 중요한 변화로 평가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이른바 F4 회의가 정례화되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시장 상황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내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기관 주요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시기에 정책당국 간 엇박자가 거의 없었던 점이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미국 통화정책 긴축과 글로벌 금리 격차 확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통상·환율 불확실성 확대 등 어려운 대외 환경에서도 정책 대응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가 강해 글로벌 정책 흐름을 F4 회의에서도 빠르게 공유했고 대외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정책당국이 비교적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유지했다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도 이 총재가 이후 정책 대응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그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B증권사 외환딜러는 "이 총재가 액션을 취하고 퇴임한다기보다는 발판을 만들어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신임 총재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공동취재] ksm7976@yna.co.kr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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