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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의 4년] 미움받을 용기 부족했지만…금리 결정만큼은 합격점

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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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손지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2022년 4월 취임 이후 그의 재임기는 격변의 연속이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 레고랜드 사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12·3 비상계엄, 트럼프발 관세 충격까지 4년 내내 위기의 한복판에 선 총재였다.

그 복잡한 환경 속에서 총재가 내린 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온도 차가 있다.

'초반의 결기'가 갈수록 흐려졌다는 평가가 채권시장 안팎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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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는 시장의 중론

이 총재의 금리 결정 자체에 대한 채권딜러들의 평가는 예상보다 후하다.

A 증권사 채권 딜러는 "이 총재의 임기 4년간 기준금리 결정이 대체로 모두 적절했다고 평가한다"며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한 차례 더 내려 2.25%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년에 꽤 있었으나, 중립금리 중간 수준인 2.5%에서 멈춘 것 또한 상당히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보다 더 완화적인 수준까지 내렸다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에 우려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증권사의 채권딜러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기준금리 결정은 시기와 폭이 대체로 적절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아쉬운 점은 금리 결정에 도달하기 전 포워드 가이던스나 공개 발언 등 소통 과정에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한 점"이라고 했다.

이 딜러는 "과도한 시장의 선반영을 막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던 경우가 다소 있었다고 본다"며 "그렇다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대응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 자신도 퇴임을 앞두고 금리 결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 후 32차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인상 6회, 인하 4회, 나머지 22회는 동결이라는 궤적을 남겼다.

◇ 실기론은 언제 불거졌나

이 총재를 향한 실기론은 2024년 하반기에 집중됐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했음에도 한은이 7월과 8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자 "경기 하방 압력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물가 안정이 제1 목표인 한은이 물가 목표가 달성됐음에도 가계부채를 이유로 금리를 내리지 않아 경기 악화를 방관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이 총재는 그해 12월 한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8월 동결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압력 완화가 오히려 10월과 11월 연속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준 것"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실기론은 2025년 초까지 이어졌다. 당시 1월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와 경기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변수의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며 "1년 뒤에 평가해달라"고 했다.

◇ 초반의 결기, 갈수록 흐려졌다

금리 결정과 별개로 이 총재의 소통 방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외부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은행의 채권딜러는 "처음에는 당당한 발언과 글로벌 감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었는데, 갈수록 비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중앙은행 수장은 때로 시장의 오해와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인데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전반적인 운영과 금리 방향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인터뷰다. 해당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 시장에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가 이후 해명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C 딜러는 "상황이 바뀌면 중앙은행도 당연히 입장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인데, 수정 과정에서의 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시장 혼란이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학개미'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급등하는 환율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 유행에 우려를 표했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D증권사의 채권딜러는 "금리 결정 외적인 공개발언이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키운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말의 양을 줄이고 메시지에 집중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아쉬움은 남지만 "유연했던 정책 대응" 한목소리

이 총재가 일부 아쉬움을 남기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임자에 비해 유연한 정책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딜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E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대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서 우리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긴 어렵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는 전임 총재보다 움직일 때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 이어진 동결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대내외 환경 때문이었다"면서 "이 총재에 한해서는 실기론은 좀 안 맞지 않나"라고 짚었다.

F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채권 운용하는 입장에서 지난해만 해도 포지션도 있었고 내려주면 좋았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인하하지 않는 게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고 보니 이미 그때 삼성전자, 하이닉스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었고, 주가도 많이 오르고 부동산도 계속 오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C 딜러는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외부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해진 게 아쉽다"면서 "하지만 이 부분도 초반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격변기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또 " 한은의 전문성과 국제적 위상을 높인 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점은 분명한 성과"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jhson1@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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