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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세진 변호사 "통상 잠재력 가진 韓…'JACK' 중견국 연대 필요"

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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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정책센터장·前 산업통상부 통상분쟁대응과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뒤로 물러나고 미국·중국 등 강대국이 직접 통상 질서를 재편하는 판도에서 'JACK(일본·호주·캐나다·한국)' 중견국 연대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산업 국가로, 목소리를 낼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정책센터장(외국변호사)은 19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기존 체제가 붕괴된 국제 통상 무대에서 한국이 '중견국 연대'로 질서 재편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부터 국내 로펌에서 국제분쟁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22년 외부 공모로 선발하는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통상 정책의 최전선에 있다가, 최근 민간으로 돌아와 대형 법무법인에서 보기 드문 통상산업정책센터를 꾸렸다.

◇ "중견국 연대 'JACK' 통해 규칙 만드는 나라 돼야"

글로벌 무대에서 그가 확인한 한국의 위상은 통념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 주요 산업 국가를 따져보면 미국·중국·일본 등의 다음으로 한국이 꼽힌다고 했다. 제조업이 강한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 창구로 과소 대표되는 데에 따른 반사 이익도 입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이 내는 목소리에 무게(weight)가 있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지원해달라는 나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 논리가 기존 자유무역 규범을 대체하는 지금, 이런 '위상'을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이 연대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호주·캐나다·한국을 묶어 'JACK'이라는 중견국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대국들이 판을 흔드는 시기일수록 중견국이 느슨하게라도 질서를 만들고, 공통의 이해를 묶어내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네 국가는 산업 역량, 전략·첨단 산업 비중, 에너지 등의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이고, 자유 진영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한국은 규칙을 따르는 나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제시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면서 "한국은 이미 그 정도의 산업적·전략적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정책센터장

[촬영: 윤은별 기자]

◇ "한국, 통상 격변 속 피해자이자 해결자"

김 센터장은 심화하는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이 마냥 피해자이지만은 않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한국을 "피해자이자 해법 제공자"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공급망 측면에서 분명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특정 산업에서는 글로벌 병목을 쥐고 있는 구조다. 이런 위치를 계약·투자·협력 구조로 얼마나 빠르게 제도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를 예로 들었다. 헬륨, 브롬 등 핵심 소재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이 모두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재편됐다"며 "경제·규제·안보가 결합된 환경에서는 산업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규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선·방산, 마냥 美 통상 수혜산업 아냐"

김 센터장은 글로벌 통상 위협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산업군과 품목에서 더 예민한 리스크가 자라고 있다고 짚었다.

조선과 방산 산업이 대표적이다. 미국발(發) 조선 협력, 유럽·중동 방산 수요 확대 등으로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센터장은 "조선의 경우 미국 해양행동계획(MAP)에 따른 투자가 단순 수주가 아니다"라며 "대미 투자나 사업 확대 과정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 베리 수정조항(Berry Amendment),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복합 안보 규제를 함께 통과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규제는 조선 3사에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엔진사, 철강사, LNG 기자재 업체 등 1·2차 협력사 전체로 흘러내린다"며 "기회가 크다는 것과 리스크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방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김 센터장은 "수출 계약을 따내는 역량과 별개로, 해외 파트너에게서 기술이나 부품을 받는 순간 해당 국가의 수출통제가 국내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도 비례해서 커지는데, 시장은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정책센터장

[출처: 법무법인 세종]

◇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관세보다 '불확실성'"

현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로는 예측 불가능성을 꼽았다. 관세율 자체보다 규칙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설비 투자와 공급 계약, 대미 투자 모두 규칙의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은 규정을 읽어도 다음 달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더는 정부 대응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301조 조사처럼 실제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별 기업이 제출하는 생산 데이터와 미국 내 고용·투자 실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정부 의견서와 기업 의견서는 역할이 다르다"며 "기업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공청회 참석 기회조차 잃을 수 있고, 반대로 허술하게 낸 자료는 법적 기록으로 남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정책·정세 명확히 읽어 국가·민간 연결할 것"

3년간의 산업부 생활을 마치고 민간으로 돌아온 그는 통상산업정책센터를 통해 국내외 기업·정부를 가리지 않는 국제 통상 조언자로 나서기로 했다.

그가 이끄는 통상산업정책센터는 복잡하게 얽힌 각국의 산업정책과 규제를 읽고,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과 공급망 재편을 통합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센터장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업 유치를 위한 각국의 산업정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규모 해외 투자로 정작 국내에선 산업 공동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역시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국내외 기업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산업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기업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각국의 정세를 명확히 읽어내고 창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특정 산업 정책에 올라타거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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