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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원유 시장은 단순했다.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느냐, 그리고 그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수 있느냐가 유가를 결정했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늘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원유가 부족하면 생산을 늘리고, 넘치면 줄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율하는 '스윙 플레이어'였다. 시장은 그 신호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8일 이후부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미국도 이란으로 오가는 선박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에 나섰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긴장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에 상처를 냈다. '생산된 원유는 반드시 시장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깨뜨렸다.
일부는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흔들렸고 결국 회복됐다'고 말한다. 실제, 1980~1988년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에 호르무즈 해협은 공격과 기뢰 위협에 노출됐다. 그러나 완전히 막히지는 않았다. 가격은 뛰었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시장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란은 이제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조건'을 달려고 한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미국과 종전 합의를 하더라도 통행료를 포함해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우리는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방식을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 파급력은 지난 2개월 동안 명확하게 보여줬다. 모든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무용지물이 되고, 뉴스 헤드라인에 따라 시장은 움직였다. 이란의 한마디가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투자은행(IB) 전망보다 훨씬 더 귀해졌다.
이란의 구상대로 통행료, 정해진 항로, 사전 논의 등의 조건이 결합하기 시작하면 원유는 더 이상 생산지에서 도착지로 '그대로 흐르는' 자산이 아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그리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접근성과 승인 여부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생산량 자체가 곧 공급량이었지만, 이제는 '생산량×도달 확률'로 바뀌게 된다.
이란이 제시할 조건이 무엇이든지 가격은 리스크를 흡수할 것이다. 통행료가 생기고, 보험료는 올라가고 운송은 지연된다.
이 변화는 OPEC의 지배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시장은 이제 생산과 운송이라는 두 개의 축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OPEC의 영향력은 유지되겠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축은 하나가 아니게 된다.
결국 이러한 구조가 뿌리내릴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달려 있다. 이란을 제외한 중동 산유국은 이란의 의도를 막으려 할 것이다.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주 초 시작할 가능성이 큰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중요한 이유다. 다만, 시장이 이미 그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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