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노요빈 기자 = 흔들리는 세계 패권 속 아시아태평양(APAC) 역내 투자 시장을 이끄는 한국·미국·일본의 글로벌 기관투자자(LP)와 자산운용사(GP)가 서울과 도쿄 한자리에 모였다.
이달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올해로 여섯번째 한미일 LP 회담에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일본연금(GPIF), 뉴욕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보험사가 참석했다. 공적연기금협회(AIF) APAC을 이끄는 정삼영 총괄고문 겸 태재대학교 교수는 매년 한미일 LP들의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인맥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2026 AIF APAC 투자자 연례 미팅'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져온 대체투자 기회와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사모신용 시각차…韓LP "투자 계속" VS 日LP "축소·홀딩"
20일 정삼영 AIF APAC 고문은 연합인포맥스를 만나 '2026 AIF APAC 투자자 연례 미팅'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AI 시대는 대체투자 시장에 막대한 투자 기회를 열었다. 하지만 사모대출 '바퀴벌레론'과 소프트웨어(SaaS) 기업 환매 사태까지 홍역을 치르면서 글로벌 출자자(LP)의 시선은 이제 수익률에서 리스크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현 사모신용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LP의 시각차다.
정 고문은 "한국에서는 주요 연기금 담당자들이 만장일치로 '사모대출을 줄이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중장기 자산 배분 계획상 사모신용에 투자하기로 한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사모대출 바퀴벌레론이 언급되고, 금융당국에서 증권사와 운용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사모신용에 대한 신중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투자를 홀딩하거나 관망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의외였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LP들은 현재 사모신용 사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정 고문은 "일본 LP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는데, 반은 '사모신용을 줄이거나 홀딩하겠다'고 했고 반은 '현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며 "일본 LP들이 더 보수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정답은 없다"면서도 "어쩌면 한국이 맞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연기금이나 보험사와 같은 장기 투자자들은 시장에 부정적인 사례가 몇 개 나왔다고 자산배분전략을 쉽게 바꾸기보다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현재와 미래의 운용에 반영하는 게 맞다"며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기관투자자 수준이 일본보다 한 수 위인 듯하다"고 말했다.
◇'선별적'으로 바뀐 사모신용 추세…韓세컨더리·日에버그린 주목
현재는 사모신용 시장의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정 고문은 "지금까지는 사모신용을 '자산군' 차원에서 전망하고 시장에 베팅했다면, 이제는 투자자들이 '선별적'으로 변했고 투자 전략도 바뀌고 있다"며 "지금 문제가 되는 사모신용을 뜯어보면 투자 대상 신용(Underlying Credit)이 안 좋은데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세미 리퀴드(Semi-Liquid·제한적 유동성 구조)로 포장해 판매된 상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기업개발회사(BDC)와 SaaS 기업들에 대한 투자전략이 도태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다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당분간은 '유동성'에 초점을 맞춘 사모신용 전략이 주목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서도 한국과 일본 LP 간 선호하는 전략이 달랐다.
한국 LP들이 모인 세션에서는 '세컨더리론'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면, 일본 LP들이 모인 세션에서는 '에버그린'에 대한 얘기가 주로 나왔다.
세컨더리론이란 이미 발행된 대출을 2차 시장에서 사고파는 것으로, 이미 검증된 대출에 투자할 수 있고 유동성이 존재하는 상품으로 평가된다. 에버그린이란 만기 없이 계속 운용되는 펀드로, 분기 또는 반기 환매가 가능한 세미 리퀴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 다 사모신용의 단점인 '유동성'을 개선한 게 핵심이다.
다만 정 고문은 "최근 사모대출 시장에서 발생하는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상품의 유동성에만 과도한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산과 전략의 비유동성에 베팅해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게 대체투자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 수준만을 따지기보다 환매 조건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운용사 선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는 최근 터지고 있는 일부 사모신용 상품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 보호'를 포기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의 사모시장 과거를 돌이켜보면 라임 사태 등 극단적 수준 미달의 참여자 때문에 시장의 투자 심리가 장기간 얼어붙었던 경험이 있다"며 "투자자 보호라는 당위성 때문에 투자시장의 발전 속도가 지체되거나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금융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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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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