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서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찰나의 완화 기류를 포착해 조달을 앞당기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태 완화를 기대하며 발행 연기 등으로 대응하면 초반의 관망세와는 대조적이다.
한국물 윈도우(window)를 관리하는 재정경제부 역시 일정 조정의 자율성을 높여 기업들의 적기 외화 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통상 공모 한국물 발행사는 재경부로부터 북빌딩 날짜를 의미하는 '윈도우'를 받아 해당 시기에 조달에 나선다.
◇중동 불확실성 속 한국물 발행세 꾸준
20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 리스트'(화면번호 4022)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달러화 환산 기준 총 21억1천630만달러 규모의 공모 한국물이 투자자 모집을 마쳤다.
무디스 기준 'Aa2' 한국수출입은행·인천국제공항공사와 'A3' 네이버가 달러화 및 유로화 채권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친 결과다.
한국물 시장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로 공모 발행이 중단됐다.
발행사들은 사태 해결 기대감 속에서 조달 연기를 택하곤 했다.
한국물은 물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발행 자체가 자취를 감추면서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만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한국석유공사('Aa2')를 시작으로 발행이 계속되고 있다.
중동 사태로 선뜻 시장을 찾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아메리카와 한국수출입은행의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도 등장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동 사태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발행사들은 연기보단 적기에 조달을 마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도리어 미국과 이란 갈등이 완화된 틈을 타 조달 시기를 소폭 앞당기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일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수은은 지난 16일 유로화 선순위채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두 발행사 모두 그 다음주에 시장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중동 사태 긴장감이 완화된 시점을 겨냥해 시기 조정에 나섰다.
◇재경부도 기류 변화…자율성 뒷받침
공모 한국물의 북빌딩 일정을 관리하던 재경부의 달라진 기류 역시 기업들의 외화 조달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과 수은 등이 조달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던 데에는 재경부의 우선권도 영향을 미쳤다.
재경부는 최근 윈도우가 비어있는 시기에 한해 후발주자의 선조달을 용인하고 있다. 발행사들의 단기적인 시기 조정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지난해 윈도우 일정을 이틀에서 일주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도 자율성을 보다 강화해 중동발 불확실성의 부담을 일부 피해 갈 수 있게 한 셈이다.
발행사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옅어진 점도 관전 요소다.
긴장감이 완화된 틈을 겨냥해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발 빠르게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물 관계자는 "발행사는 물론 글로벌 투자기관 역시 한동안 중동 사태의 빠른 해결을 기대하면서 관망세를 보였으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자금 집행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이에 시장 분위기만 다소 괜찮아지면 조달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발행된 한국물 대부분이 넉넉한 수요를 확인했다.
뉴이슈어프리미엄(NIP) 역시 차츰 축소되고 있으나 중동 사태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관련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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