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 가격 71% 급등…전쟁 장기화 땐 고정비 등 비용 증가 우려
정부·업계 개별 수급 노력에…"상반기까지 재고 확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과 통제를 오가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을 훌쩍 넘어서자 석유화학의 핵심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꼬이면서다.
석화 기업들의 '제품 공급 불가항력' 선언이 확산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적인 나프타 물량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20일 연합인포맥스 석유화학 현물 시세(화면번호 6906)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국·일본·대만(극동아시아)의 나프타 선물 가격은 톤당 1천96달러에 거래됐다. 중동 충돌 이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톤당 642달러에서 71% 오른 수준이다.
가격 급등은 곧 공급 불안의 신호다. 문제는 국내 석화업계의 구조다. 주요 생산설비가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에 집중된 만큼, 원료 공급이 흔들리면 대체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다.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의 약 30%가 이곳을 통과하고, 해협을 거치는 중동산 나프타 대부분이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프타 수입 물량의 과반을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업계는 군사적 긴장감이 풀리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최근 봉쇄 해제 기대가 잠시 나왔지만 이란이 하루 만에 결정을 번복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전망도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석화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이미 가동률을 낮추며 대응하고 있다. 제품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여천NCC,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국내 업체는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LG화학 등 업체들도 불가항력 가능성을 사전 통지했다. 불가항력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전쟁이 빨리 끝나주기만 한다면 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과거 저가에 확보한 나프타를 투입해 단기 마진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급격히 악화한다. 축적된 재고를 다 쓰고 나면 고정비 부담 증가, 고가 원료 투입, 물류·보험비 상승 등 비용 증가는 예견된 수순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NCC업체별 공장 운영가능 기한을 당장 이달 말부터 최대 다음달 말까지로 보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나프타 수입 지원을 위해 6천744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최근 중동 특사를 통해 연말까지 최대 210만 톤의 나프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작년 기준 약 한 달 치 수입 물량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체 공급선 확보 등 국내 나프타 물량 공급 안정화에 나서며 업계는 시간을 일부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 노력도 이어지면서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그려진다. 국내 한 석화 업체는 비중동 지역 등에서 추가로 나프타 물량을 들여오면서 오는 상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재고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원유와 나프타를 추가로 들여오면 가동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면서 "원유 물량을 확보했으니 국내 정유사들의 납사 공급이 늘어날 수 있고, 나프타 재고가 늘거나 가동률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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