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재정정책 영향력 약화…구조개혁 지속해달라"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수준 되돌린 데 자부심…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창용 총재가 과거와 같은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 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어,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전했다.
이 총재는 20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개선의 좋은 예로 이번에 발표된 국민연금의 뉴프레임워크를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비록 서학개미 발언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지만 그덕에 그간 어느 누구도 비난을 두려워 해 언급을 꺼려왔던 국민연금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고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4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대외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이 와중에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도 급변하고 중동전쟁으로 인해 환율까지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예상치 못한 충격들로 우리 경제는 계속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며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지난 4년간 여러 위기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꼽았다.
이 총재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도 돌아보는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 및 외환시장 상황이 일정 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면서 "이는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저는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씀드렸다"며 "그 마음은 지금도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4년간 보람 있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게 된 것, 지난 20여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금통위원들에게도 그간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어간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았던 시기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 소버린 AI 구축과 같은 새로운 시도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고 언급했다.
남은 한은 임직원들을 향해서는 신임 총재와 함께 외환시장을 안정시켜달라고 했다.
이 총재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여러분이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기에, 신임 총재님과 함께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4년은 여러분의 뛰어난 실력을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공동취재] ksm7976@yna.co.kr
jhson1@yna.co.kr
손지현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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