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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권 칼럼] IMF의 '나랏빚 경고' 타당한가

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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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예외 없이 공격받는 두 가지 프레임이 있다. 방만한 확장재정과 세금폭탄이 그것이다. 재정을 늘려 과도하게 복지정책을 추구하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는 게 주요 논리다. 미래를 이끌 청년세대에 과도하게 빚 부담을 떠넘기고, 팍팍한 서민들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을 전가한다는 이유가 따라붙는다. 늘 명망 있는 국제기구의 지표들이 활용되면서 일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IMF가 우리나라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지목하면서다. IMF는 국가 간 부채 수준을 비교할 때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더한 D2를 활용한다. IMF는 작년 11월 발표한 우리나라와의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2025년 GDP 대비 부채비율 48%에서 2030년 59%까지 점진적으로 상승(Rise Gradually)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상당 폭 증가'(Significant Increases)라는 표현을 썼다.

IMF는 연도별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을 2026년 54.4%, 2027년 56.6%, 2028년 58.5%, 2029년 60.1%, 2030년 61.7%, 2031년 63.1%로 전망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우상향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 세계 부채비율은 95.3%에서 10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108.2%에서 115.3%로 오른다. 주요 7개국(123.7%→132.9%)과 주요 20개국(118.9%→127.5%) 모두 오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독일도 64.6%에서 73.7%로 상승한다. 수년간 과도한 부채비율을 보여온 일본이 204.4%에서 192.8%로 낮아지는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그럼에도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부채비율 절대 수치는 여전히 낮다. 무엇보다 IMF가 작년 10월에 제시했던 2030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64.3%였는데 이번에는 61.7%로 되레 2.6%포인트(p) 낮아졌다. 2026년∼2029년 전망치 역시 종전 대비 2.3∼2.6%p씩 하향 조정됐다. 각국의 경제정책과 산업구조, 그에 따른 성장, 물가, 고용 등 주요 지표, 글로벌 경기 상황 등 여러 여건이 다르다 보니 IMF의 전망치가 반드시 실제화한다고 볼 수는 없다. IMF는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최대 61%(2023년), 64.4%(2024년)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는 50.5%와 49.7%였다.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국가재정을 두고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국제기구의 지표는 참고치 정도로만 받아들여도 될 사안이다. 악다구니 써가면서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IMF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중동전쟁에 따른 파급 효과와 그에 따른 지출 확대 압박, 차입비용 상승은 물론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채 시장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따라 각국의 재정 상황이 구조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위험 요인에 대처하는 방식도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전망치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추산한 것일 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024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단기 재정위험 진단 방법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4개의 이벤트 중 하나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재정위기로 정의했다. ▲국채와 관련한 신용 사건이 발생해 채무불이행이나 채무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IMF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경우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국가채무의 연체가 급증하는 경우 ▲국가에 대한 시장 신뢰 상실로 시장에 접근할 수 없거나 국채 또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연구원이 1990년 이후 2022년까지 IMF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1년간 부채비율이 3%p 이상 증가한 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5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단 네 번에 그쳤다. 특히 32개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간 부채비율이 2%p를 넘어선 경우는 13개년에 불과했다. 1년간 4%p를 넘어선 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였다. 당시는 정부의 비상조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진보와 보수 정부를 통틀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던 적은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정부가 돈을 아껴도 너무 아끼면서 재정정책을 펴온 결과이기도 하다. 확장재정보다는 긴축재정에 더 올인해 온 것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와는 다르다.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양극화도 확대되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정 투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저출산·고령화의 진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신성장·혁신 사업을 키워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분자인 부채만 줄이려고 하지 말고 분모인 GDP를 키워야 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못지않게 재정의 선순환 효과 증대도 필요하다.

(선임기자 / 부국장)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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