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200억 우량기업이 3년 한정의견…"의도된 상폐로 소액주주 축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우량 기업이 감사의견 거절이나 한정의견을 고의로 유도해 상장폐지된 뒤, 소수주주를 헐값에 축출하는 이른바 '고의상폐' 꼼수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 주최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주가누르기 방지와 고의상폐 차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정문 의원은 개회사에서 "최근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소각 관련 내용 등이 통과됐음에도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대동전자 사례를 중심으로 고의상폐의 문제점을 짚었다. 대동전자는 부채비율 10% 미만에 현금 유동성 자산 1천200억 원 순자산 2천600억 원을 보유한 우량 중견기업임에도 관계사 감사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3년 연속 한정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김 변호사는 "재무상태가 우량함에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이지 않은 감사 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아 한정의견을 받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며 "형사처벌은 피하면서 상장폐지를 유도해 소액주주를 헐값에 축출하는 합법적인 강탈 모델이 자본시장에서 애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사의견 미달로 인한 소액주주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 신설 및 입증 책임 전환 ▲고의상폐 기업의 재상장 제한 ▲소수주주 축출 수단 일원화 및 엄격한 법원 심리 도입 등을 제안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주주 보호 강화에 목소리를 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고의상폐 의혹 사례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명백한 이해상충 사안으로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할 수 없으며 엄격한 공정성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제외하고 재무상태가 우량함에도 감사의견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집행기구로서의 한계를 토로한 한국거래소도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거래소는 형식적인 요건에 의해 퇴출 규정을 적용하는 집행기구로서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미국 등 선진 시장처럼 고의 혐의가 있을 경우 금융당국이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실질적인 공정가치로 보상할 수 있는 법적 조치 등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획일적인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의 주가누르기 방지 제도를 발제한 김승철 삼일PwC 수석연구위원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 자본비용(COE)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IR과 공시를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동균 김앤장 변호사는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화 논의가 있지만 금융업이나 유통업처럼 산업별 특성상 불가피하게 PBR이 낮은 경우가 있다"며 일률적 강제보다는 산업별 표준치를 고려한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고의상폐 우려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감사 증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외부 조사가 가능하도록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은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형식적 상폐 사유를 활용한 고의성을 명문화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소수주주 축출 시 시가 외에도 수익 가치와 자산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명문 규정을 두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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