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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의 채권분석] 어쨌든 시간은 우리 편 vs 바뀌는 판

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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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2일 서울 채권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무산 소식을 소화하며 완만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소매 판매 지표가 예상을 상회한 가운데 이날 생산자물가지수와 다음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대내 펀더멘털과 수급 재료의 결도 채권시장엔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채권의 본질적 특성에서 오는 누르는 힘은 약세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 재료 또한 대부분 이번 주 초 대략적인 방향성이 알려진 바 있다.

이날 재정경제부는 채권 발행기관 협의체를 개최하는데, 여기서 2분기 공적 보증채권 발행 규모를 조율해 발표할 계획이다.

PD협의회와 장기투자자 협의회에서 엿보인 국채 당국 기조는 이날 오전 취재를 통해 보도될 예정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인 휴전 결정이 이뤄진 점도 매수 심리를 지탱할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는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며 "이란 지도부와 대표가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그들의 제안이 제출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가 종료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헤드라인의 역습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란 국영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전적인 권리가 있고, 자국 이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1.6% 올라 지난 2022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7% 급증해 시장 예상치(+1.4%)를 웃돌았다.

◇ 서울 채권시장, 왜 강해졌을까

이번 주 채권시장이 강해진 이유부터 돌아봐야 포지션을 어떻게 조정할지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하다.

종전 기대에 환율이 안정되자, 개방경제 소국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금리 인상 압력이 약화했다. 이에 금리가 높은 크레디트물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쪽으로 시장 기류가 기울었다.

금리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가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캐리에서 나오는 수익을 고려하면 매수가 유리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셈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엔 캐리 수익이 이를 일부 상쇄하면서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신중할 것'이란 기본 전제를 재확인한 점도 이러한 판단에 힘을 실었다.

신현송 총재는 취임사에서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됐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하고 유

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함께 도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경기 하방 압력을 언급했고, '신중하고 유연한' 표현은 채권시장 우려 대비 다소 도비시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부분은 한은의 멘데이트 자체와 관련 타협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표현으로 보이지만, 방향성을 정하고 시장을 이끌 상황은 아니란 행간으로 해석된다. 시장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아직 한은

도 채권시장의 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의미다.

주요 원인을 중동전쟁이라 인정하더라도 통화당국과 채권시장의 간극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중단기 시장금리가 이 정도로 오른 상황에서는 한은이 의도치 않은 통화 긴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도 무리가 아니다.

◇ 걱정되는 건 펀더멘털…내일 1분기 GDP 발표

다만 채권 입장에선 이러한 여건에도 경제 펀더멘털이 생각보다 좋을 수 있어서 걱정된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중동 전쟁과 고금리에 따른 경제 하방 압력이 과거보다 덜 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어떤 요인이 흐름을 주도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지만, AI 기술 발전과 우리나라 경제가 이에 크게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 지표는 이른 시점에 나와 글로벌 실물경제 흐름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데, 전일 수치는 상당 수준 호조를 보였다.

노무라증권이 집계하는 아시아지역 수출 선행지표도 전일 기준 지난 2021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노무라증권은 이 지표가 3개월을 선행하고 과거 주요 변곡점을 예측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 날 우리나라 1분기 GDP 발표를 앞두고 어느 정도로 포지션을 들고 갈지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시차를 두고 나오는 하드 데이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이 추세가 꺾일 것이라 확증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눈길을 돌려도, 현재처럼 위험이 관리되는 전쟁을 전제로 한다면 단순히 재정 지출 증가에 소비가 강해지고 채권 공급이 늘면서 금리에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불확실성에 글로벌 통화당국은 신중한 기조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AI 기술 발전'과 '중동전쟁'이란 커다란 물길 변화를 일정 부분 그려보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한은이 목소리를 낮춘 가운데 펀더멘털 지표가 커브 기울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통화정책 기대가 반영되는 중단기와 장기 구간 중 어느 곳이 더 흔들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커브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우세한 상황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WGBI 편입이 이뤄지면서 중장기 수요가 강해진 점은 '신의 한 수'다. 지난달 말 WGBI 효과가 재현될지 다시 확인해볼 시간이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노무라 집계 아시아 수출 선행지표 추이(회색)

노무라증권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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