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독일 정부가 수십 년간 고수해온 재정 원칙을 깨고 대규모 부양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행정 절차 지연과 집행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독일 경기 반등의 골든타임은 올해보다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었던 2025년이었다"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메르츠 정부는 지난해 초 국방비에 대한 '채무 브레이크' 예외를 적용하고 5천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특별기금(SVIK)을 공식화하며 재정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마련된 재원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 길은 행정 절차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인프라 특별기금(SVIK)과 기후중립 특별기금(KTF)의 2025년 실제 집행액은 314억 유로로, 당초 계획했던 529억 유로의 약 60% 수준에 그쳤다. 지방정부 배정 자금은 행정 협약 발효가 늦어지며 지난해 말에야 겨우 집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정 집행의 질적 측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권 연구원은 "특별기금이 추가 투자를 유발하기보다 기존 예산의 공백을 메우는 데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독일 경제연구소(Ifo)는 지난해 인프라 특별기금을 명목으로 243억 유로를 차입했음에도 실제 투자 증가분은 13억 유로에 불과했다는 점을 꼬집었다"고 전했다.
최근 독일 제조업을 지탱하던 방산과 항공 업종마저도 행정 병목 현상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락 검사와 인증 기관의 처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산된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외 여건 역시 독일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3월 독일 생산자물가(PPI)는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신규 투자 비용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KB증권은 독일 연방의회가 조달 절차 가속화법 등을 통과시키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올해 독일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에너지 공급 충격과 금리 상방 압력이 겹치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부양 효과는 당초 기대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과 부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본질적인 집행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